포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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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leepless Night'책|만화|음악 2013. 12. 17. 07:31
희영이 2집을 발표했다. EP까지 벌써 3장의 앨범이다. 지난 3년간 그녀는 꼬박꼬박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각박하고 획일화된 음악 시장에서 누구보다 노력하고 사유했다. 부지런함과 성실성은 창의력과 감수성에 꼭 비례한다 할 수 없지만, 그 투쟁의 시간들이 보다 많은 기회와 도전을 준다는 건 자명하다. 희영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던 기존 앨범에서 더 나아가 색다른 모습과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시도를 펼쳐보인다. 녹음실을 벗어나 텅 빈 헛간, 낡은 교회를 유랑하며 2트랙 녹음기로 단촐하게 그 기운과 분위기까지 담아낸 것이다. 작은 실수와 잡음들이 들어가도 이를 감수한 이런 시도들은 적적하고 고고한 앨범의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저녁에서 새벽 시간대로 이어지는 녹음을 통해 밤기운마저 담아낸 그녀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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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4 Luv'책|만화|음악 2012. 5. 28. 15:04
조금은 덥다 싶은 봄날, 희영의 정규 1집이 나왔다. 작년 이맘때 처음 발표한 EP를 들으며 파스텔 뮤직에 잘 어울리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선한데, 훌쩍 시간이 지나 그녀의 새 노래들을 CDP에 걸어놓고 산들거리는 봄기운을 맞으며 듣고 있으려니 그 지난 음音의 감촉들이, 그 상찬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국내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아메리칸 포크팝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빈티지스럽지만 세련되고,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시도와 의식은 없지만, 편안하고 살짝은 애잔하기까지 한 그런 기운의 감성이었다. 장르적으로 어렵고 생소하기 때문에 듣기 힘든 게 아니라, 이런 음악들을 소비할 대상에 대한 시장의 섣부른 판단과 이런 색깔을 유지해선 버틸 수 없는 풍토에 대한 가수들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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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선의 '화해'책|만화|음악 2012. 2. 2. 04:32
수정선. 그의 1집 앨범을 들었다. 한국에도 '수'씨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하는 마음에 웹 검색을 해보니 정말 존재하고 있었다. 남쪽에만 120명 가량. 와! 그 가운데 한 사람과 만나는 건가. 놀라운 마음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이름이 아니란다. 애써 검색한 내 노력이 검연쩍게시리도. 그러나 그 숨은 의미는 아주 예뻤다. 수정(水晶)으로 만들어진 배(船)란 뜻의 수정선. 바로 신재진의 원맨 밴드였다. 아름다운 이름만큼이나 서정적이고 찬란한 음악으로 무장한 그는 많은 인기와 관심을 갖진 못했지만 가능성을 알린 인디락밴드 '잔향'의 멤버 출신이었다.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를 적절히 믹스시켜 놓은 것 같은 침전되고 몽환적이며 다크한 기운을 뽑아내던 그들은 비록 데뷔 EP와 정규 1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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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전골의 '나와 같이 춤추자'책|만화|음악 2011. 11. 2. 03:21
더 이상 가요계에서 과거 6-70년대 한국식 싸이키델릭을 온전히 만날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걸그룹의 휘황찬란한 각선미와 후덜덜한 섹시 몸매, 동남아를 휘어잡는 남자 근육돌들의 댄스 실력과 가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명품 보컬들의 귀환 속에 고리타분하고 때론 유치하게 들릴 복고지향적인 밴드 사운드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 그 시절 밴드들의 복각도 드문드문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처절한 판매고와 무관심스런 반응으로 시원치 않은 마당에, 기타에 혼을 싣고 전위적일 정도로 락스피릿을 외쳐댈 열혈 보컬과 미친듯이 텍사스 대평원을 달려가는 말발굽과 같은 폭주 드럼을 선보일 밴드의 태동은 사실상 불가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평범한 락밴드도 방송과 차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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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 & Maria의 'Jobs Where They Don't Know Our Names'책|만화|음악 2011. 8. 4. 04:38
스웨디쉬팝 20년설 주기를 믿는가? 70년대 Abba가 나왔고, 90년대 Ace of Base가 있었다. 그리고 2010년대에 Raynond & Maria가 등장했다. 못 들어봤다고? 생소하다고? 괜찮다. 이제라도 익숙해질지 모른다. 그들은 아바나 에이스 오브 베이스처럼 자국시장을 잠재우고,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휩쓸고,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의 프로듀싱을 뒷바탕으로 세계공략에 나섰다. 전세계 최초 한국 발매라는 수식어가 조금 낯설고 겸연쩍지만 이들 실력에 비해 절대 과하다거나 오버라고 생각친 않는다. 되려 음악을 다 듣고 처음부터 다시 들을 땐 다소 뿌뜻함마저 느낄지 모른다. 레이몬드 앤 마리아는 강렬하고 큰 충격파를 던지는 슈퍼 헤비급의 밴드 파워를 갖추진 않았지만, 자동차 싸브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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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et Foxes의 'Helplessness Blues'책|만화|음악 2011. 6. 28. 03:30
빈티지 느낌의 LP 슬리브 패키지. 그들의 음악 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시애틀 출신의 아티스트 토비 리보위츠와 크리스 앨더슨의 예술적인 커버 아트웍. 그리고 포크락. 플릿 폭시스의 두 번째 앨범 '무기력 블루스'는 철저히 복고지향적이다. 음악 장르서부터 멤버들의 외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올드한 컨셉을 관통하는 그들의 나이대는 무려 86년생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말도 안돼! 라는 믿을 수 없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건 뭐 완전히 6-70년대 히피들의 문화를 겪어보고 우드스탁 무대에 올라 러브 앤 피스를 열 두 번쯤 외쳤던 노장 그룹인 줄 알았더니만, 멤버 전원이 서른도 안된, 앨범 단 1장 발표한 신생 그룹이었다고?! 어디서 타임머신을 얻어타고 포크의 전설들이 써놓은 곡들의 악보를 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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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o Sudden'책|만화|음악 2011. 4. 29. 21:57
봄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난 뒤, 뜬금없이 3월말에 내린 흰 눈 사이로, 학기초 처음 만난 짝꿍과 친해져 같이 하교할 때쯤에. 라일락 향기가 동네 어귀 담장 아래 진동하고, 갑작스레 풍경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며, 윗옷을 저도 모르게 벗게 되면 그게 바로 봄이다. 갑작스럽기에 반갑고, 시간을 보면 놀랍고, 변화에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그 계절이 사랑스럽다. 피천득 선생은 '오월'에서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고,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 가락지라 했다. 짧지만 그래서 더 강렬하고, 지나가면 자꾸 아쉬워 되돌아보게 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이고, 간지러운 아련함이며, 조금은 멜랑꼴리하지만 시월처럼 쓸쓸하진 않다. 그런 봄처럼 갑자기 내게 희영(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