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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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 + 장기하와 얼굴들영화|애니|TV 2009. 3. 5. 23:59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가 과거지향적인 시선으로 젊음을 반추하고 재생해 흥행과 비평을 거머줬다면, 비슷한 시기 같은 학교 1년 선배이기도 했던 하길종은 [바보들의 행진]을 통해 현재진행형의 생기 넘치는 젊음을 담아내 성공했다. 스스로 겁쟁이에 바보 쪼다라고 되네이는 영화이지만, 만드는 이 만큼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거침없는 이들의 당당한 행진이었다. 지금 보면 다소 낯간지럽고 유치한 70년대 감성임에도 진지한 젊음에 대한 성찰과 고민으로 알량한 외피를 가볍게 날려버린다. 자조와 불안, 니힐리즘으로 가득찬 몽상가의 시대적 아픔이 느껴져 슬프기도 하고. 유약한 듯 하면서 강인한 목소리를 지닌 이 영화의 야누스적인 면모는 독재정부로 하여금 검열의 가위질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록 망신창이 누더기가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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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tz 싱글들.책|만화|음악 2008. 8. 20. 13:34
크레파스로 듬성듬성 그려놓은 듯한 젊음, 옆에 있지만 전달할 수 없어 조바심 내는 사랑, 바다 내음 맡으며 떠나는 여행. 내게 SPITZ는 그런 풋풋하고 싱그러운 20대 청춘의 기록이다. 질풍노도의 10대도, 삶에 찌들기 시작하는 30대도 아닌, 적당히 인생의 무거움 앞에 고민하는 방황하는 사회 첫 발의 증표랄까. 애와 어른 경계에 머무른 - 즐겁고도 상처투성의 혼돈 속 찬가 같다. 내가 그들을 그 시기에 접해서 그런걸까. 지나버린 20대를 추억하고 후회하며 남은 건 그들의 선율뿐이다. 예전 일본여행하다 105엔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 구입한 그들의 싱글을 들으며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버린 과거를 맛본다. 달콤하지만 차갑고 쉽게 사라져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