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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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책|만화|음악 2008. 10. 17. 23:17
긴다이치 코스케의 살인 방조(?)는 계속되지만, 이야기는 더욱 농밀해지고 원숙하다. 중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즐겨 다룬 전래 동요에 연쇄 살인을 대입한 마더구즈식 플롯을 활용해 본격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도덕적인 규율과 사회풍자적인 요소를 함유한 전래동요는 교육을 빙자해 때론 잔혹하고 가끔 폭력적인데, 이런 가삿말이 살의와 어울러져 묘한 댓구와 은유를 갖게 만든다. 예지자의 통찰력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아기의 두려움을 연상케도 하는 동요의 존재는 일본 특유의 폐쇄적이고 봉건적인 분위기와 결합해 고즈녁한 저녁놀 적막감 속에 스멀스멀 기어오는 단말마처럼 느껴진다. 고전 본격 추리소설의 특징인 꽉 짜인 구조와 극적인 스토리, 의외의 범인 삼박자는 물론이거니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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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책|만화|음악 2008. 9. 20. 16:30
그가 가는 곳에 살아남는 자는 거의 없다! 탐정이면서도 살인을 방조한다고 엄청나게 지탄(?)을 받아온 긴다이치 코스케. 진상을 미리 알아챘다면 막을 생각을 해야지 묵묵히 자신의 추리가 맞았나 틀렸나 곱씹는 모습(?)만 보인 김전일의 할아버지. 그래서 나 역시 그에게 돌을 던졌다. 땡기는 뒷목을 잡고서 '사건이 마무리된 뒤 정리 해설해주는 게 탐정의 역할은 아닐텐데' 중얼거리며. 그런 이유로 그간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을 멀리 해왔는데, 지난번 이치가와 곤 감독의 [이누가미 일족]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랍쇼. 이것봐라. 재밌는데. 그래서 붙잡은 게 긴다이치 코스케의 등장이 가장 적다고 알려진 '팔묘촌'. 역시나 그의 역할은 사건을 정리 해설해주는 것일뿐, 여전히 민폐 캐릭터다. 대신 타츠야의 1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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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가와 곤의 '이누가미 일족'영화|애니|TV 2008. 9. 10. 18:23
충무로 영화제에 다녀왔다. 낮에 한산하니 텅 비어있길래 편안히 보겠나 싶었더니 밤엔 매진에 발 디딜 틈 없었다. 키네마준보의 편집장도 놀라 GV를 하다 사진을 찍어가더라. 잡지에 이 열기를 싣겠다고. 과연 그만큼 몰려와 볼 정도일까 하는 기대감 반 조바심 반으로 시작한 영화는 과연 명불허전. 감독 나이 예순에 만든 영화답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리쉬하고 상업적인 재미를 갖춘 작품이었다. 사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너무 많은 자들이 죽어나가 최후에는 범인과 탐정 둘만 남는 느낌인지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영상으로 보니 그 나름대로의 쏠쏠한 재미와 공포의 미학이 있는 것 같다. 하긴 그의 손자라며 나오던 김전일 만화도 그래서 꽤나 볼만 했었던 기억이. (범인은 이 안에 있다란 말만 빼면. 너하고 범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