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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치가와 곤의 '이누가미 일족'
    영화|애니|TV 2008. 9. 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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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로 영화제에 다녀왔다. 낮에 한산하니 텅 비어있길래 편안히 보겠나 싶었더니 밤엔 매진에 발 디딜 틈 없었다. 키네마준보의 편집장도 놀라 GV를 하다 사진을 찍어가더라. 잡지에 이 열기를 싣겠다고. 과연 그만큼 몰려와 볼 정도일까 하는 기대감 반 조바심 반으로 시작한 영화는 과연 명불허전. 감독 나이 예순에 만든 영화답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리쉬하고 상업적인 재미를 갖춘 작품이었다. 사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너무 많은 자들이 죽어나가 최후에는 범인과 탐정 둘만 남는 느낌인지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영상으로 보니 그 나름대로의 쏠쏠한 재미와 공포의 미학이 있는 것 같다. 하긴 그의 손자라며 나오던 김전일 만화도 그래서 꽤나 볼만 했었던 기억이. (범인은 이 안에 있다란 말만 빼면. 너하고 범인밖에 안남았잖아!)

    화려하고 빠른 컷팅과 다양한 옵티컬 효과, 완급 조절을 해가며 대미를 향해 달려가는 이치가와 곤의 감각적인 연출 템포는 2시간 30분에 이르는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짧게 느껴지며, 거장의 공력과 숨결이 팍팍 전해져 온다. 복잡한 가계도와 핏빛 우연으로 점철된 기구한 사연들을 이처럼 깔끔하게 정리해낸 각본도 각본이지만, 과감히 와이드를 포기하고 스탠다드 비율로 집안의 답답하고 음침한 상황을 담아낸 화면과 배우들의 호연은 진정 이 영화를 받드는 힘이 아닌가 싶을 정도. 그가 2006년 90살에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과도 비교해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영화의 오프닝이 바로 [에반겔리온]의 문자연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단 사실. 과연! 인간의 추악한 탐욕과 본성 그리고 진실을 담아내고자 했던 그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는 이 영화는 욕심쟁이~ 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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