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키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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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전골의 '나와 같이 춤추자'책|만화|음악 2011. 11. 2. 03:21
더 이상 가요계에서 과거 6-70년대 한국식 싸이키델릭을 온전히 만날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걸그룹의 휘황찬란한 각선미와 후덜덜한 섹시 몸매, 동남아를 휘어잡는 남자 근육돌들의 댄스 실력과 가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명품 보컬들의 귀환 속에 고리타분하고 때론 유치하게 들릴 복고지향적인 밴드 사운드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 그 시절 밴드들의 복각도 드문드문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처절한 판매고와 무관심스런 반응으로 시원치 않은 마당에, 기타에 혼을 싣고 전위적일 정도로 락스피릿을 외쳐댈 열혈 보컬과 미친듯이 텍사스 대평원을 달려가는 말발굽과 같은 폭주 드럼을 선보일 밴드의 태동은 사실상 불가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평범한 락밴드도 방송과 차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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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철의 '신윤철 EP'책|만화|음악 2011. 7. 17. 06:00
세기말에 나온 원더버드를 좋아했다. 그들의 1집 타이틀곡 '옛날 사람'은 새천년을 앞둔 그쯤에 뒤돌아보기 적절한 향수를 지녔다. 뽕기 가득한 복고적인 멜로디에 락스피릿이 절로 분출되는 단촐한 가사의 조합은 흥겨웠고 파워풀했으며 시의적절했다. 지금은 다들 내노라 하는 이력과 관록을 지닌 고구마, 신윤철, 박현준, 손경호의 화려한 조합이었다. 그때는 패기와 열정에 빛나는 인디씬의 슈퍼밴드였지만, 모든 전설이 그렇듯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앨범만이 남아 길이길이 기억될 뿐. 그 뒤 고구마는 네덜란드로 훌쩍 떠났고, 박현준은 여러 밴드 활동을 거쳤으며, 손경호는 문샤이너스로, 신윤철은 서울전자음악단을 결성해 저마다의 음악적 길을 달리했다. 신윤철이란 이름에 주목하게 된 건 그때였다. 신중현의 둘째 아들이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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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w의 'Eggs are Funny'책|만화|음악 2011. 3. 3. 06:21
국내에서 팬질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않는 한 일단 접하기가 어렵고, 그 어려움을 기꺼이 무릅쓰고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 주위에서 '덕후'라는 칭호를 붙여주니, 이건 참 아스트랄한 오해고 극단적인 편견이며 취향에 대한 대중의 폭거인 셈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불편함이 주는 일종의 저주인지, 아님 대세론자들의 친절한 깨우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트렌드 외 그 이면의 취향과 다른 문화가 숨쉬고 있다는 걸 캐치해내는 것도 꽤나 중요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대범하고도 통넓은 포용력을 갖기에 우리 대중문화 시장은 작고 열악하다. 인식과 소비가 이루어지기 전에 급격하게 변해가는 기술의 속도와 문화 풍속도는 세계의 크기와 다양성을 너무나 쉽게 한정지었다. 세상은 보기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