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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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책|만화|음악 2013. 4. 15. 04:18
노희경의 드라마가 눈에 띈 건 [거짓말]부터였다. 지금은 그녀의 페르소나가 된 배종옥과 유호정, 이성재, 김상중, 추상미, 김태우 그리고 윤여정과 주현이 나온, 1998년 상반기에 조용하고도 쓸쓸히 방영된, 히트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전의 그녀가 맡은 단막극들은 잘 생각나지 않고, 다른 연속극들 또한 아직 '노희경표 드라마'라는 영광스런 딱지가 붙지 않았었다. 물론 열성팬으로서 유심히 그리고 꾸준히 지켜봤다면 몇몇 단초들을 발견하고 기뻐했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녀는 아직 드라마 폐인들을 양산하고, 대본집이 꾸준히, 유일하게 출간될 만큼의 작가로 성장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웠다. 희미하고 비슷하며, 여물지 않고 단단치 못했다. 게다가 그 당시 드라마는 범람하는 수많은 전파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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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보일의 'Someone To Watch Over Me'책|만화|음악 2011. 12. 25. 17:45
그녀의 등장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 그녀의 앨범들은 전설이 될 기세고! 2009년 영국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 48세의 우중충한 노처녀 지원자는 자신의 촌스럽고 볼품없는 외모와 상관없이 엄청난 보이스를 들려주었고, 마법처럼 단박에 모든 이를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당당한 미운오리새끼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로 탈바꿈하는 그 놀라운 광경을 전세계가 지켜본 셈이다. 유튜브와 넷이란 새로운 구전을 통해 널피 퍼진 이 신데렐라 스토리는 수잔 보일이 만들어낸 기회의 동화이자 묻혀질 뻔한 재능의 성공담이다. 그녀는 전세계적으로 1400만장이란 판매고를 기록했고, 첫 앨범이었던 'I Dreamed a Dream'은 전곡이 리메이크인 랫팩 앨범임에도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와 영국 차트 1위를 동시에 달성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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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니스펠의 '13일의 금요일'영화|애니|TV 2009. 3. 14. 21:13
점점 더 고문 영화에 가까워지는 현재 호러 영화에서 리메이크 붐은 일종의 버전 업이자 정화 작용이다. 느리고 정적이던 고전에 최첨단 비주얼을 이식할 것. 그리고 극대화되고 리얼해진 고어 효과에 무뎌지는 관객들에게 과거 슬래셔 무비에 등장했던 추억의 살인마가 가진 카리스마로 색다른 공포와 전율을 줄 것. 이건 무의미할 정도로 잔인하게 학살하는(혹은 거의 해부 수준인) 싸이코패스 살상극과는 분명 다른 요소다. 프레디, 마이클 마이어스, 그리고 핀헤드와 제이슨은 나름대로의 자신의 규칙과 낭만(?), 그리고 품격(?)을 가지고 있었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으로 고전 호러 리메이크의 시발점을 연 마커스 니스펠 감독은 이번 [13일의 금요일]에서도 전작의 영리한 접근법을 잊지 않았다. 빠르고 강력한 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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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안 잉글리쉬의 '내 친구의 사생활'영화|애니|TV 2008. 10. 13. 23:06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한다. 그러나 7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남자, 여자, 결혼 그리고 수다와 바람기. 1939년 조지 쿠커의 '여인들'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내 친구의 사생활'은 그 변화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좋은 방증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과 육체에 눈이 머는 남자들이 있고, 또 이로 인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비웃으며 다투는 여자들이 있다. 요란 왁자지껄한 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는 나 같은 21세기 칙릿 스타일로 변했지만, 본질은 여전하다. 다만 오뉴월에 독기를 품은 듯 팍팍 쏴대는 속사포 같은 대사와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득실대던 원작의 통속극과 달리 조금 조신해진 여성해방운동 스타일의 자아찾기로 변질해가는 리메이크작의 흔해빠진 몰개성성은 탄산 빠진 사이다 마냥 밍밍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