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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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25시간.잡담 2010. 6. 29. 02:39
내 하루는 25시간이다. 출퇴근 반복하는 쳇바퀴 인생이 아니니 그깟 한 시간 늘어난다고 달라질 일도 없다. 사실 어제도 25시간이었고, 그저껜 26시간이었다. 잠만 자지 않으면 더 긴 하루가 펼쳐져 있다. 이렇게 하루를 조금씩 늘려가며 시간을 저축한다. 이자가 붙거나 급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남들보다 하루를 조금 길게 사는 기분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문제는 자고 깨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는 것. 당신의 밤은 나의 낮이고, 나의 하루는 당신의 이틀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전화보다 문자를 사랑하는 어느 한량한 인생의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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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슬럼프.잡담 2010. 3. 7. 04:14
한 것도 없이 슬럼프다. 일상이 지긋지긋하다. 사실 그간 나태했다. 집중도 못했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래, 달력만 보고 있었다. 그럴수록 초조함은 더 했고, 의미는 퇴색됐다. 행위가 행위로만 끝나는 순간, 반복이 시작됐고 미로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습관이 저주스러웠다. 버릇이 싫었고. 그걸 깨기 위해 난 더 불규칙해진다. 눈 딱 감고 모든 걸 부정했다.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기 싫었다. 철저히 굴을 찾고 있었다. 더 울고 넘어지고 다쳐야 하는데, 인큐베이터 속에서 버티며 옛날 사진 같은 안전한 삶을 꿈꾸고 있다. 마음껏 울어라! 어차피 남이 봐주고 닦아주지 않는 눈물, 그리 흉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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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노호혼.잡담 2009. 12. 19. 23:21
책상 위에서 만면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리드미컬하게 고개를 흔드는 도라에몽 노호혼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이것이 레드썬을 외치며 최면을 거는 것도 아닐텐데, 마음이 왜이리 편안해지는 건지. 나도 따라 머리를 흔들며 삶의 여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시니컬한 말투 따위, 방바닥에 눌러붙은 게으름 따위, 일확천금 로또를 노리는 확률인생관 따위, 모두 까딱대는 고개짓에 탈탈 털어보냈으면. 가진 건 시간이요 계획이라곤 텅텅 빈 88만원 첫물 세대인 한량 인생 주제에 동병상련 유유자적 노호혼 흉내라니. 아 이 하릴없는 현대인의 마음 속 로망, 노호혼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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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惡材.잡담 2009. 12. 10. 23:22
새벽 4시. 막 렘수면에서 깊은 잠으로 변환되는 찰라에 봉창 두드리는 문자 한 통. 처음 보는 해외 쇼핑몰 이용 내역서다. 순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각성 효과!! 생애 처음 사이버 수사대에 사건을 의뢰했다. 이렇게 빈티나는 룸펜을 범죄 대상으로 모색한 최악의 악당들은 그저 36대 직계손까지 멸(滅)해도 시원치 않을 족속이라 욕하고 욕하고 또 욕하다 지쳐 900원을 들고 편의점을 찾았더니, 365일 사랑해 마지않던 라면볶이가 어느새 1000원! 100원이 모자라! 몽크의 절규 표정으로 한참을 서있다 자본주의 논리에 밀려 800원짜리 작은 놈으로 들고와 해결했다. 배고픔에 지쳐 새벽에 못잤던 잠 속에 빠져 드니 어느새 저녁. 마음이 다소 진정될라 참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친하게 지냈던 녀석의 뜬금포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