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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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 담벼락의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책|만화|음악 2011. 12. 4. 15:31
반짝이는 멜로디는 없다. 톡쏘는 향기처럼 중독될 후크도 없고, 심지어 그루브한 리듬감이 몸을 자극시키지도 지배하지도 않는다. '순이네 담벼락'은 이름만큼이나 촌스럽고 투박한 감성을 지녔고, 당혹스러울만치 자기네들의 비정형화된 사운드를 고집한다. 강렬한 기타 연주 속에서 피어나는 피아노의 영롱하면서도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따뜻한 음색은 대중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어둡고 힘든 일상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거기에 여리여리한 리드 보컬의 가녀린 목소리는 언제 꺼져버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들려온다. 폭풍을 목전에 둔 길가의 민들레처럼 세차게 흔들리며 불안하게 귓가로 흐트러져간다. 파워풀한 스토로크와 열정적인 터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감에도 남는 건 짠한 공허함과 울적한 허무함이다.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가사말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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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전골의 '나와 같이 춤추자'책|만화|음악 2011. 11. 2. 03:21
더 이상 가요계에서 과거 6-70년대 한국식 싸이키델릭을 온전히 만날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걸그룹의 휘황찬란한 각선미와 후덜덜한 섹시 몸매, 동남아를 휘어잡는 남자 근육돌들의 댄스 실력과 가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명품 보컬들의 귀환 속에 고리타분하고 때론 유치하게 들릴 복고지향적인 밴드 사운드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 그 시절 밴드들의 복각도 드문드문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처절한 판매고와 무관심스런 반응으로 시원치 않은 마당에, 기타에 혼을 싣고 전위적일 정도로 락스피릿을 외쳐댈 열혈 보컬과 미친듯이 텍사스 대평원을 달려가는 말발굽과 같은 폭주 드럼을 선보일 밴드의 태동은 사실상 불가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평범한 락밴드도 방송과 차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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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개들의 '그래, 아무 것도 하지 말자'책|만화|음악 2011. 10. 26. 17:12
얄개들. 조흔파 선생의 소설이 유행하던 1970년대도 아니고 이런 촌스런 이름을 굳이 꺼내든 이 신인 밴드의 저의는 과연 뭘까. 앨범을 처음 받아들고 들었던 생각은 이 밴드 진정성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편견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인디씬에 유행처럼 퍼진 복고풍 빈티지 사운드에 무임승차한 시대조류의 편승인가. 아님 추억 환기용으로 소비되어지길 바라고 상업적으로 접근한 영리한 계산일까. [세시봉 특집]과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한껏 탄력 받은 과거 히트송에 대한 수요와 트렌드적인 환기는 그 시대를 거쳐온 세대로서 반갑고 즐겁긴 하지만, 지나친 우려먹기와 본질은 외면한 채 과도한 스타일에 대한 집착으로만 해석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기에 유독 색안경을 끼고 민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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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의 'Collapse into Now'책|만화|음악 2011. 4. 10. 22:02
얼마 전 '라디오 스타'를 보니 부활의 5대 보컬이었던 박완규가 나와 예능 첫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이미 그 전의 '위대한 탄생'때 독설로 검색순위 1위에 오르는 반짝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라스에서 보여준 진정한 록커로서의 고민과 자세는 꽤나 멋지고 매력적인 소신을 가진 음악인의 모습이었다. 대중들에게는 예능과 거리가 먼 그의 모습이 4차원스러웠던 김태원의 첫 모습과 겹쳐져 신선하게 느껴졌겠지만, 이를 도약 삼아 그의 음악이, 그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싶다. 그러나 최근 디씨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바라보는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국 록의 상황은 굉장히 암울하고 절망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80년대 3대 록그룹 중 하나인 백두산이 며칠전 새 앨범 '러쉬 투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