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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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히어로.잡담 2011. 3. 31. 04:25
객차의 소음은 이어폰에서 흐르는 기타의 영롱한 울림에 이내 묻혀진다. 덜컹거림에도 리듬을 맞추느라 손이 분주하다. 눈의 깜빡임도 잠시 멈추고 쏟아져 내려오는 음의 향연에 집중된다. 5분이 채 못되는 시간 동안 게리 무어와 지미 페이지가 빙의된 듯 현란하게 연주한다. 아직은 서툴지만 마음만은 락스피릿과 메탈혼으로 똘똘 뭉친 전설의 기타리스트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쬐인 사람들처럼 무표정한 낯빛에서 달달한 생기의 원천이 피어난다. 대낮 무료하고 공허한 도심의 공기 속에서 그렇게 음악의 힘을 가진 기타 영웅이 깨어난다. 기나긴 지하철 출퇴근 속에서 아이팟용 기타 히어로 삼매경에 빠졌다. 이 재밌는 걸 왜 이제 알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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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로 Go! 인생도 Go!잡담 2010. 12. 5. 05:27
불면의 밤에 시달리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난 전차를 몬다. 생에 비관해 누군가 뛰어들고, 성추행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가상의 그 공간은 꽤나 위안이 된다.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소리와 빠르진 않지만 묘한 사실적인 질주감이 주는 안도감 때문일까. 어둡고 긴 통로를 지나 환히 밝아오는 각 역에 도착할 때마다, 변해가는 풍경 속에 언제나 한결 같은 철로를 따라 갈 때마다, 삶의 고비를 넘고 주어진 시간의 길을 묵묵히 걷는 기분이 들어 경건해지기까지 하다. 전차로 Go!는 얼핏 지루하고 단조로울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완주했을 때 의미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게임이다. 그저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역이 보이면 잠깐 쉬어가고.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완주하고 싶다. 사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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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테트리스.잡담 2008. 12. 15. 00:53
1920x1080 시대. 드라마도 뉴스도 게임도 HD. 그렇다면 테트리스도? 기쁜 마음에 덜컥 들어갔다 좌절했다. 1줄 없애는데 기본적으로 4분. 스페이스바로 빨리 떨궈 게임 끝내려도 몇 분. -0- 진득하니 앉아 기록 세우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게임은 시간이 넘쳐나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이들에게 딱. 테트리스 특유의 스릴과 긴장을 느끼기엔 다소 버겁지만, 백수가 넘쳐나는 세상, 나름 수요가 일지 않을까 싶다. 지루하지만 쌓아뒀다 한꺼번에 4~5줄 날리는 기분만큼은 일반 버전의 테트리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을 듯. 다만 그걸 느끼는 당신은 퍽이나 한가한 변태라는 거. 게임은 http://www.ngworks.net/game/tetoris.html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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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잡담 2007. 1. 28. 03:32
내가 온 국민의 장르(?) RPG와 전략 시뮬레이션을 안하는 건 - 어찌보면 단순한 핑계일지도 몰라도 - 게임 클리어 시간 때문이다. 한 게임당 그리 만만치 않은 시간을 투여해야지 스킬과 아이템이 늘어나는 이 장르들이 두렵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진중한(?) 성격 탓에 쉽게 폐인이 되겠거니 싶어 아예 내 선에서 접근 자체를 막고 있는 거다. 대단한 방어력이자 자아 보호 보능이다.그래서 한 판당 시간이 길지 않은 리듬 게임이나 언제든지 손을 놓을 수 있는 퍼즐만 즐긴다. 그 중 [태고의 달인]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무척 사랑하는 게임! 아 정말이지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결국, RPG나 전략 시뮬을 하나, 리듬 게임이나 퍼즐을 하나...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