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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즈 앤 선즈의 'Good Morning Mother'
    책|만화|음악 2010. 11. 18. 07:32

    차거운 바람 속 유난히 반짝이는 햇살의 산란에 눈이 부시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봄이 오길 기다린다. 시린 감성과 매마른 열정에 불을 붙여줄. 그 시기를 기약하며 점점 더 겨울잠에 빠져든다. 비실비실 추위에 하나 둘 죽어가는 늦가을 모기마냥. 그래서 이맘때 듣는 팝사운드는 특별하다. 둔해진 움직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귀로 들어와 과다 활동성의 에너지를 투하할 녀석들로 고르게 되니까. 머리 속에서 터지는 파워풀한 음의 마술은 계절이 만들어낸 잠자는 미녀의 독사과를 순식간에 갈아 없애 버린다. 질주하는 기타 스트로크는 시베리아 기단 칼바람보다 매섭고, 영혼의 심장을 두드리는 둔중한 드럼 비트는 홋가이도 폭설보다 강하다. 계절을 이기는 팝은 네 번 타는 보일러 못지 않게 뜨겁다. 그리고 여기 올 겨울을 날, 새 보일러가 도착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팝을 한다면?'이란 가디언지의 놀랄만한 가정을 이끌어낸 신성들이.
     
    처음엔 과장이라 생각했다. 멜로디컬하지만 조금 덜 정제된 맛도 있고, 강렬한 탄산수마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정돈된 클래시컬한 감성으로 무장한 웨버 경과는 달라보였으니까. 그러나 그 화려한 외피를 살짝 벗기고 들어가면 마이크 로드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묻어나는 스트링 세션과 풍부한 질감의 고전적인 품격을 만날 수 있다. 폴 스틸의 팝적인 당의정과 데이브 에링거의 꽉찬 믹싱에 현혹돼 잠시 귀가 멀었을 뿐, 그들의 이질적인 조합은 정말 한없이 가볍고 청량감 넘치는 웨버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강렬하면서도 파워풀한 피아노를 앞세워 사이키델릭한 팝 사운드를 선사하는 '스타즈 앤 선즈'는 신인다운 패기와 흥겨움으로 절로 리듬을 타며 고개짓하게 만든다. 피아노락으로 대표되던 팝사운드에 매료되었던 이들이라면 감히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이펙터를 거세당한 킨(Keane)이랄까, 좀 더 젊고 거친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랄까. 마치 술 한 잔 들이킨 더 프레이(The Fray)같다.


    기계음으로 변조된 목소리가 소개를 알리는 'Out Of View'는 이들의 색채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곡. 약동하는 피아노와 활강하는 스트링 세션, 강렬한 스트로킹의 기타가 만들어낸 스피디하고 파워풀한 매력이 촬촬 넘쳐 흐른다. 웹에서 떠돈 MV로 잘 알려진 'If It`s Good For Me' 역시 이들의 색채감을 보여주는데, 거친 기타 사운드를 배경으로 반복된 피아노 루프가 통통 튀며 중독성이 있게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장난스럽고도 유쾌한 감성이 전반에 가득한 댄스비트의 'Futureproof'를 지나 스트링 세션이 서정적인 무드를 조성하며 시작하는 'Empty Hands'는 점점 고조되는 몽환적인 일렉 사운드가 아름다운 곡이다. 처지듯 가녀린 듯 호소하는 마이크 로드의 까끌한 보컬이 빛을 발한다. 일렉 노이즈가 잔뜩 끼다 이를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청량감의 기타와 폭발적인 드럼이 인상적인 'In The Ocean'는 제목만큼이나 시원스런 곡. 여름날 바닷가에서 들었다면 매료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초반의 정돈되지 않은 폭발감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바뀌는 'Drop And Roll'은 초기 킨을 떠올리게 만드는 활홀경의 피아노 사운드다.
     
    빅밴드의 재지한 매력이 마치 락적인 사운드로 재해석된듯한 'Comfy Now'는 어두운 색채감 속에 오버라이트된 배킹 보컬과 그간 중심이 되던 피아노를 뒤로 하고 전면에 나선 일렉 기타가 매력적인 곡이다. 후반에 에필로그처럼 붙는 사운드가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간 꽉꽉 눌러 담은 사운드에 지친 귀를 달래주듯 상큼한 분위기로 변모하는 'Untested, Untried'도 인상적이다. 이펙터를 거세당한 대신 스트링 세션을 얻은 킨마냥 민트향 향기를 물씬 풍기는 깔끔하고 아름다운 소품이다. 피아노의 트레몰로 연주가 배킹 보컬과 엮으며 잊을 수 없는 마력을 선사하는 'Fights Already Fought'와 피아노와 일렉 사운드의 파워를 간직한 '4 Stars'는 벤 폴즈나 벨 앤 세바스챤의 영향력에 빚지고 있는 곡들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Outside My Feet'는 신비스럽고 감미로운 분위기로 이들 여정 끝자락에 어울리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이후 이어지는 3곡의 보너스 트랙들은 고맙게도 국내 버전에만 삽입된다고 하는데, 서정적인 사운드의 'Everything`s OK'와 펑키하면서도 키치적인 느낌의 'What`s What' 그리고 앞서 소개한 'In The Ocean'의 피아노 라이브 버전이 그들이다.


    락적인 감수성을 가득 품은 이 5인조 팝밴드는 자신들을 쉽게 정의하지 않는다. 분명 기시감에 젖고, 누군갈 떠올리게 한다 해도, 질풍노도 시기다운 정제되지 않은 내츄럴함이 전반에 깔린 이 신생 뉴비들의 에너지만큼은 메가톤급이다. 번지 점프에서 떨어져 내리듯 중력가속도를 현저히 느낄만한 흥분이 담긴 수록곡들은 이 추운 겨울 문턱에서 깨어나라! 움직여라! 그리고 즐겨라! 소리치고 있다. 그 함성에 귀기울이다 보면 이 추운 겨울도 금새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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