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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야베 미유키의 '크로스파이어'
    책|만화|음악 2010. 2. 8. 23:58

    스티븐 킹의 [파이어 스타터]에 나온 꼬맹이가 그 후 컸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그녀가 자란 곳이 만약 일본이었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크로스 파이어]는 그 후일담 같은 이야기다. 물론 킹과 미야베 미유키는 스타일도 문체도 전혀 다르다. 킹이 도망자 플롯에 소녀의 감수성, 냉혹한 정부의 음모를 섞어 호러 액션 블럭버스터를 지향했다면, 여전히 사회의 어두운 일면에 집착하며 경찰소설 플롯을 대입한 미유키는 사회파 소품 자경단 액션물에 가깝다. 같은 모티브를 두고 서양과 동양, 나라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분위기가 제법 재밌다. 그랬기에 그녀도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러나 심하게 흥미진진한 1권에 비해, 맥 빠지게 만드는 2권의 성급한 마무리는 다소 아쉽다. [마술은 속삭인다]나 [용은 잠들다] 등 여러 편의 작품에서 능력자물을 시도했음에도 여전히 이런 엔터테인먼트에서 임팩트가 부족한 건 그녀가 초능력보다 그 능력을 지닌 사람과 그 사회에 대해 더 하고픈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 능력에 대한 자연스런 공포감을 시각적으로 심리적으로 조성하는 킹의 스테레오 타입과 달리 담담하니 파장을 담아내며 도서추리물 형식을 띤 체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야기를 끌고 가는 미유키의 냉정하리만큼 차가운 모노톤의 색채는 이 장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미드 파일럿도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지는 않을 터, 언젠가 그녀가 후속편을 들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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