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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렌 페이의 '프레그먼트'
    책|만화|음악 2010. 2. 2. 22:08

    마이클 크라이튼 타계 후 그 뒤를 이을 자는 마땅히 없어 보였다. 방대한 지식과 고증에 바탕을 두고 현실에서 실현가능할 것으로 믿어지는 하이테크 기술을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내는 그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고유의 것이었다. 뛰어난 문장가도 엉뚱한 공상가도 아니었지만, MIT와 하버드 의대를 나온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답게 유전 공학과 나노 기술, 기후 환경과 항공, 의학, 영상 그리고 역사서까지 넘나들며 반보 앞서 나간 전방위적인 믹싱 솜씨를 발휘했다. 더 이상 그런 팔방미인의 지적 칵테일을 마실 수 없다는 사실에 그의 부재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여기 새로운 버전의 '쥬라기 공원'를 들고 나타난 신성 워렌 페이가 있다. 유전공학과 공룡을 들이밀진 않았지만, 판게아 이론에 진화론을 무장한 채 생물학적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새로운 지적 자극을 마구마구 던져준다. 다소 허황될 수도 있는 이 가설을 현실감있게 만들어주는 건 박진감 넘치는 생명체들의 야수성이다. 또 다른 생태계에서 자라온 이들의 매력적이고 기괴한 특징들은 중간 중간 마가 뜨고 다소 산만한 신인 작가의 한계점을 쉽게 덮어줄 만큼 강력하다. 다양한 직업과 관심사로 자신의 상상력을 부추겨 온 그가 과연 포스트 크라이튼이 될 수 있을지, 테크노 스릴러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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