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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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선의 '화해'책|만화|음악 2012. 2. 2. 04:32
수정선. 그의 1집 앨범을 들었다. 한국에도 '수'씨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하는 마음에 웹 검색을 해보니 정말 존재하고 있었다. 남쪽에만 120명 가량. 와! 그 가운데 한 사람과 만나는 건가. 놀라운 마음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이름이 아니란다. 애써 검색한 내 노력이 검연쩍게시리도. 그러나 그 숨은 의미는 아주 예뻤다. 수정(水晶)으로 만들어진 배(船)란 뜻의 수정선. 바로 신재진의 원맨 밴드였다. 아름다운 이름만큼이나 서정적이고 찬란한 음악으로 무장한 그는 많은 인기와 관심을 갖진 못했지만 가능성을 알린 인디락밴드 '잔향'의 멤버 출신이었다.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를 적절히 믹스시켜 놓은 것 같은 침전되고 몽환적이며 다크한 기운을 뽑아내던 그들은 비록 데뷔 EP와 정규 1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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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 & Maria의 'Jobs Where They Don't Know Our Names'책|만화|음악 2011. 8. 4. 04:38
스웨디쉬팝 20년설 주기를 믿는가? 70년대 Abba가 나왔고, 90년대 Ace of Base가 있었다. 그리고 2010년대에 Raynond & Maria가 등장했다. 못 들어봤다고? 생소하다고? 괜찮다. 이제라도 익숙해질지 모른다. 그들은 아바나 에이스 오브 베이스처럼 자국시장을 잠재우고,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휩쓸고,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의 프로듀싱을 뒷바탕으로 세계공략에 나섰다. 전세계 최초 한국 발매라는 수식어가 조금 낯설고 겸연쩍지만 이들 실력에 비해 절대 과하다거나 오버라고 생각친 않는다. 되려 음악을 다 듣고 처음부터 다시 들을 땐 다소 뿌뜻함마저 느낄지 모른다. 레이몬드 앤 마리아는 강렬하고 큰 충격파를 던지는 슈퍼 헤비급의 밴드 파워를 갖추진 않았지만, 자동차 싸브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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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오아시스'책|만화|음악 2011. 7. 30. 04:49
가야그머. 가야금 연주자를 뜻하는 말. 익숙하면서도 생소하다. 지금 전통이라는 단어도 그렇게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건 아닐까. 머리로 알고는 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그런 막막한 단절감이 엄습한다. 만약 아이돌만큼이나 국악이 사랑받았다면 그녀의 존재감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었을 거다. 벌써 3집 앨범을 낸 정민아는 앞선 앨범들에서 그 고민과 실험들을 진지하게 담아낸 바 있다. 1집 '상사몽'에서 국악이라는 틀을 가져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재해석하고 창조했다면, 2집 '잔상'에선 보다 퓨전적인 성향의 기품있는 연주와 새로운 소리에 대한 집착을 들려주었다. 국악 전공자로 전통 음악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부던한 노력과 시도는 분명 긍정적이고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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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et Foxes의 'Helplessness Blues'책|만화|음악 2011. 6. 28. 03:30
빈티지 느낌의 LP 슬리브 패키지. 그들의 음악 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시애틀 출신의 아티스트 토비 리보위츠와 크리스 앨더슨의 예술적인 커버 아트웍. 그리고 포크락. 플릿 폭시스의 두 번째 앨범 '무기력 블루스'는 철저히 복고지향적이다. 음악 장르서부터 멤버들의 외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올드한 컨셉을 관통하는 그들의 나이대는 무려 86년생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말도 안돼! 라는 믿을 수 없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건 뭐 완전히 6-70년대 히피들의 문화를 겪어보고 우드스탁 무대에 올라 러브 앤 피스를 열 두 번쯤 외쳤던 노장 그룹인 줄 알았더니만, 멤버 전원이 서른도 안된, 앨범 단 1장 발표한 신생 그룹이었다고?! 어디서 타임머신을 얻어타고 포크의 전설들이 써놓은 곡들의 악보를 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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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o Sudden'책|만화|음악 2011. 4. 29. 21:57
봄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난 뒤, 뜬금없이 3월말에 내린 흰 눈 사이로, 학기초 처음 만난 짝꿍과 친해져 같이 하교할 때쯤에. 라일락 향기가 동네 어귀 담장 아래 진동하고, 갑작스레 풍경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며, 윗옷을 저도 모르게 벗게 되면 그게 바로 봄이다. 갑작스럽기에 반갑고, 시간을 보면 놀랍고, 변화에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그 계절이 사랑스럽다. 피천득 선생은 '오월'에서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고,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 가락지라 했다. 짧지만 그래서 더 강렬하고, 지나가면 자꾸 아쉬워 되돌아보게 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이고, 간지러운 아련함이며, 조금은 멜랑꼴리하지만 시월처럼 쓸쓸하진 않다. 그런 봄처럼 갑자기 내게 희영(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