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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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책|만화|음악 2014. 2. 28. 21:14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은 생생하고 참혹한 노예체험기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젊은 가장이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만으로 납치돼 가축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다시 신분을 복권하기까지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12년간의 노예 생활은 상상보다 잔인하고 끔찍하다. 절망과 좌절, 고통을 한없이 담담하고 겸허한 필치로 소회하는 노섭의 글은 그래서 더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는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내기보다 의문과 한탄을 쏟아낸다. 일개 북부의 자유인 검둥이로서 해결할 수 없는 이 잘못된 환경과 사회가 그저 원망스러웠으리라.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라는 큰 벽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공포와 눈물이 읽힌다. 그 감정을 꼭꼭 눌러담아 18세기 중엽 미국 남부에서 행해진 노예제에 대해 세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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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leepless Night'책|만화|음악 2013. 12. 17. 07:31
희영이 2집을 발표했다. EP까지 벌써 3장의 앨범이다. 지난 3년간 그녀는 꼬박꼬박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각박하고 획일화된 음악 시장에서 누구보다 노력하고 사유했다. 부지런함과 성실성은 창의력과 감수성에 꼭 비례한다 할 수 없지만, 그 투쟁의 시간들이 보다 많은 기회와 도전을 준다는 건 자명하다. 희영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던 기존 앨범에서 더 나아가 색다른 모습과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시도를 펼쳐보인다. 녹음실을 벗어나 텅 빈 헛간, 낡은 교회를 유랑하며 2트랙 녹음기로 단촐하게 그 기운과 분위기까지 담아낸 것이다. 작은 실수와 잡음들이 들어가도 이를 감수한 이런 시도들은 적적하고 고고한 앨범의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저녁에서 새벽 시간대로 이어지는 녹음을 통해 밤기운마저 담아낸 그녀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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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영의 '유럽여행 핵심사전 500'책|만화|음악 2013. 9. 23. 03:33
두껍다. 그리고 무겁다. 보통의 경량화, 콤팩트화 되어진 여행책자만 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부피와 무게의 책과 만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유럽여행 핵심사전'이란 제목에 걸맞게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알록달록 올컬러로 꾸며진 깔끔하고 현란한 편집에 무엇보다 눈이 돌아간다. 거기에 꼼꼼히 주석처럼 달린 저자의 깨알같은 여행 포인트는 물론, 시원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의 사진들도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해댄다. 과거 비슷하게 나열되던 여행 정보에서 더 나아가 요즘의 트렌드와 숨겨진 정보들을 다루고자 한 노력과 시도도 인상적이다. 이쯤되면 과연 이 책, 여행 다니며 들고 다닐 수 있을까를 조심스럽게 고민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저자는 서두에서 명확히 이점에 대해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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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윗의 '새 폴더'책|만화|음악 2013. 9. 12. 21:08
노란색 새 폴더엔 '야구동영상'과 '유승호' 외에 다양한 연애담이 담겨있다. 상큼하고 발랄한 분위기부터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과 아릿하고 슬픈 뒷모습까지. 요즘 청춘남녀의 솔직담백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별히 새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지도 않는 그런 미묘한 감정들. 그 싱숭생숭한 빈틈을 파고드는 건 비음이 매력적인 비스윗의 달달한 목소리다. 스위트한 톤으로 스위트하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조근조근 털어놓는 그녀의 노래는 일단 편안하다. 애절한 사랑 타령도 아니고, 절절한 비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닭살돋게 만드는 로맨스도 아니다. 주변의 근황들을 두런두런 늘어놓는 새침한 수다처럼 솔직하고 감성적이다. 이제 2집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작업들을 두루 거쳐온 이력답게 그녀는 자연스럽고도 꾸밈없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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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의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추적'책|만화|음악 2013. 8. 31. 22:08
끔찍하고 잔인하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호러물에 열광하지만 현실의 사건들과 마주할 때면 언제나 먹먹한 감정에 빠져들고 몸서리 쳐지는 게 사실이다. 픽션은 어디까지나 픽션일뿐. 이런 일들은 어느 곳에서도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아니 된다. 의도하던 의도치 않던 범죄는 인류 최악의 결과물이자 선택지이며, 타인의 고통을 빨아 쌓아올린 잔혹하고 치명적인 욕망의 잔재물이다. 그럼에도 계속 끊임없이 벌어지는 건 S. 존스가 말했듯 언제나 악행이 덕행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것에 대한 지름길을 제공한다.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서로를 속고 속이며, 죽고 죽이는 사건들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막을 수 없다면 피하는 게 상책인 냉혹한 현실. 전 경찰대 교수이자 범죄수사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표창원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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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주변인'책|만화|음악 2013. 6. 19. 22:08
1집만이 주는 묘한 설레임이 있다. 그전엔 전혀 듣지 못한 새로움이 주는 쾌감이다. 방향성과 색깔을 발견해가는 재미다. 그의 혹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동질화 돼가는 교감의 시간이다. 디지털 싱글이나 앤솔로지 앨범에서 만났던 파편에서 벗어나 온전함과 마주한 기쁨이다. 갓 나온 CD와 속지 잉크의 따뜻한 내음이다. 패기와 열정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을 뒤로 한 채 나선 신인의 자존감이다. 1집 정규 앨범엔 그 모든 게 얽혀 기묘한 흥분을 안겨준다. 낯선 커버 이미지부터. 내지를 쓰윽 눈으로 훑어보며. 뻑뻑한 CD를 꺼내 음악의 무게를 가늠하고. 첫 음이 이어폰에서 새어나올 때까지.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기대감과 불신이 교차한다. 때론 찌푸리고 난해함에 몸을 떨어도, 기시감과 익숙함의 간극에서 벗어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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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의 '천년한 대마도'책|만화|음악 2013. 5. 12. 06:51
이원호는 대단한 소설가다. 질보단 양이지. 이 문장에 정확히 들어맞는 작가랄까. 문학적인 풍취나 예술적 감흥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극적인 재미와 극적인 박력으로 똘똘 뭉친 200% 테스토스토론 정제 덩어리의 남성용 로망 판타지를 만들어낸 건 분명하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부지런한 필력은 또 어떻고. 대한민국의 그 어떤 소설가도 같은 시간 대비 그보다 많이 쓰고 많이 팔진 못했을 것이다. 액숀, 기업, 정치, 연애, 청춘, 역사, 추리는 물론 심지어 SF까지 그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섭렵하는 잡식성의 소유자인데다가 대사 위주의 스피디한 장면 전환과 양념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골적인 성애 및 폭력 묘사, 그리고 상투적이지만 확실한 플롯으로 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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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의 '그대가 들린다'책|만화|음악 2013. 4. 30. 23:46
며칠째 봄인지 겨울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날씨가 이어진다. 싸늘한 바람에 몸서리를 치다가도 어느새 작열하는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리고, 비 한 번 내리면 다시 입김이 서리는 날이었다가 펑펑 눈이 내리질 않나, 자고 일어나면 새초롬하니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예년에 비해 부쩍 혼동이 드는 날씨다. 최근 몇 년 동안 봄이 실종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처럼 실성했단 소린 들어보질 못했다. 오락가락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3-4월을 겪고 나니 올해 봄기운은 음악으로나마 접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신청한 게 브라질과 한국 뮤지션 6명이 참여한, 서로에게 음악을 띄워 보내는 독특한 콜라주의 컴필레이션 앨범 '그대가 들린다'였다. 브라질과 봄이란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음반은 따사롭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