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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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우의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영화|애니|TV 2009. 12. 1. 04:00
각색은 필요악이다. 영화화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과정이지만, 그 각색이 원작을 갉아먹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 택한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공을 가로막는다. 잘 되면 본전, 대부분은 쪽박. 재조립의 길은 항상 어렵다. 900 페이지 분량에, 20년에 가까운 시간, 방대한 인물이 쏟아져 나오는 [백야행]을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기 위해 변신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요체는 그 변신한 모습이 잘못됐다는 데 있다. 소설은 이기적이라 할 만큼 차겁고 드라이했고, 일드는 닭살 돋지만 눈물 빼는 신파 멜로였다. 영화는? 시간에 쫓겨 분위기만 조성하다 멍청해졌을 뿐이다. 문어체적인 대사는 어색하고, 칼처럼 날이 선 캐릭터들은 무뎌졌으며, 계속된 백조의 호수는 거슬린다. 좋은 배우와 스탭들을 데리고도 그 역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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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콧의 '펠햄 123'영화|애니|TV 2009. 6. 20. 23:32
액션 블록버스터로 포장됐지만, 실상 [펠햄 123]은 소품 스릴러다. 두 남자의 심리 게임에서 발생하는 서스펜스와 호흡이 호기심과 재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바로 그 대화가 주가 되기에, 어쩌면 연극적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중간 말미까지 교차로 진행되는 현금 수송 작전만 없었다면 규모는 더욱 작아졌을 것이다. 선전과 영화 본편의 간극이 크기에 거대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쓰나미 밀려들듯 몰려올테지만, 기대라는 부담감을 버리면 오히려 킬링타임용 영화로 제 몫을 해낸다. 브라이언 헬겔랜드의 각본은 엔딩으로 갈수록 다소 힘이 빠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공력과 짜임새만큼은 헛헛하지 않다. 월터 매튜와 로버트 쇼의 원작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 덴젤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도 좋고. 광과민성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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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맥도널드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영화|애니|TV 2009. 5. 6. 04:46
아메리칸 뉴시네마 이후 리얼리즘과 사회적인 시각에 입각한 명품 스릴러들이 할리우드 70년대를 수놓았는데, 그 진지하면서도 꽉 짜인 - 묵직한 현실감이 너무도 좋았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신념과 정의를 믿고 올곧게 나아가는 인물와 이를 비정하리 만큼 객관적으로 담아내는 카메라가 가진 힘을 믿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암울한 현실과 굴곡진 현대사를 갖고 있는 우리네 상황에선 누나 가슴 속에 삼천원... 누구라도 가슴에 상처를 갖고 있기에 더욱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지도. 케빈 맥도널드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많은 욕심 부리지 않고 그 시절 그 느낌의 스릴러를 충실히 재현해낸다. 좋은 배우와 잘 짜인 원작, 뛰어난 각색과 안정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알란 파큘라와 시드니 루멧, 프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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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튀크베어의 '인터내셔널'영화|애니|TV 2009. 2. 27. 05:43
경제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현재 세계 정세로 볼 때 돈자루를 쥐고 있는(그것이 비록 줄줄 세는 돈자루라 쳐도) 다국적 은행만큼 악당으로 어울릴만한 세력이 또 어딨을까. 실제 금융기관의 위기가 가져다주는 불안 요소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공황을 충분히 현실에서 맛보고 있는 터, 이 영화의 공개 시기 만큼은 적절했다고 본다. 허나 이런 엿같은 기분을 극장에서까지 맛보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 미국에서의 반응은 영 뜨뜻미지끈하다. 사실 영화 자체도 그렇다. 남녀주인공이 서로 눈 맞아 침대로 향하고, 과거사 들춰내 지찔한 분위기를 몰아가는 거 없이 - 거두절미하고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전개는 스피디하고 간결하지만, 음모 이론을 기반으로 있을 법한 위험 요소를 설명하는 부분과 단순 무식한 액션 스릴러가 상충돼 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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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의 '핸드폰'영화|애니|TV 2009. 2. 23. 01:37
제목이 비슷하다고 [셀룰러]나 [커넥트]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심지어 [폰부스]나 [파이어월] 같지도 않다. 통신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날렵하고 스피디한 스릴러를 예측했다면 '핸드폰'은 그 기대를 철저히 반한다. 핸드폰은 물질 만능화 시대 기계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비참한 초상만을 상징할 뿐, 영화는 그걸 가진 현대인의 성격파탄적인 이상 심리에 더 집착하려 한다. 정형화된 한국 사회가 갖는 시스템 속에서 무너지는 두 부류 인간형에 대한 3종 접근이랄까. 따라 영화는 오락물로서 찰지지 못하고 다소 엉성한 구조와 산만함을 드러낸다.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B급 정서와 참신한 시각들을 보였던 김한민 감독은 두 번째 작품에서 욕심을 부렸다. 단촐한 장르물로만 제대로 풀었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기본 이상의 점수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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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의 제국'책|만화|음악 2009. 1. 4. 23:42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진실일까. 지난 시절 감추어져 몰랐던 것들이 이젠 너무 많이 알려져 혼돈을 준다. 결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우린 결국 아무 것도 모르는 거다. 감춰진 정보만큼이나 무서운 건 너무 많은 정보다. 무엇을 택하고, 어떻게 결론 내려야 할지. 교묘하게 걸러진 일부의 정보를 진실이라 호도하는 단순한 황색 저널리즘과 색깔론, 일파만파 부풀어 오르는 음모이론이 옆에서 혼돈에 부채질을 해댄다. 그렇게 판단의 잣대가 흔들리는 현재,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기가 겁난다. 무식한 게 용감한 거라, 단순한 게 이기는 거다 믿고 싶지 않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의 제국]은 그런 앎의 본말에 대해 환경문제라는 이슈를 끼워 박력있게 펼쳐보인다. 어마어마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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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야키의 '그레이브 디거'책|만화|음악 2009. 1. 2. 22:41
데뷔작 [13 계단]보다 묵직하진 않지만, 더 빠르고 강렬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동안 도쿄를 가로질러 가는 주인공의 현실감 넘치는 고생담이 박진감있게 그려진다. 일본판 도망자를 보듯. 마치 처음부터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쓰여졌다는 듯 생생하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사건의 핵심으로 돌진하는 정공법적인 구조가 페이지터너로서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시각적이고 체험적인 그의 장면 전환과 깔끔한 엔딩은 2시간짜리 초특급 할리우드 스릴러를 본 듯 신명나는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회적인 이슈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선사했던 전작의 욕심에 비한다면 단순히 오락적인 측면에만 기댄 이번 작품의 날라갈 듯한 가벼움은 재능 낭비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주인공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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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진의 '트럭'영화|애니|TV 2008. 10. 6. 17:17
'트럭'은 스릴러로서 좋은 조건들을 싣고 출발한다. 경제적으론 넉넉하지 않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소심한 남자가 위기에 위기를 거듭한다는 전형적이고도 박진감 넘치는 개요를 짜놨기에. 이런 얘기일수록 만든 이나 보는 이는 모두 가학적인 변태가 되어간다.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심장이 쫀쫀해지니 더 재미있으니까. 물론 '트럭' 도입부도 이에 아주 충실하다. 놀이터에서 때마침 나쁜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간 딸아이는 픽 하니 쓰러지고, 치료비 구하러 고광렬 흉내낸 도박판은 전공인 화투가 아닌 포커를 하지 않나, 성질부려 깽판 놨더니 마침 살인 현장을 목격해 시체 투기라는 덤탱이까지 썼는데, 아슬아슬한 여행길에 태운 길동무는 이병헌 똘마니였던 살인자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