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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카노 가즈야키의 '그레이브 디거'
    책|만화|음악 2009. 1. 2. 22:41

    데뷔작 [13 계단]보다 묵직하진 않지만, 더 빠르고 강렬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동안 도쿄를 가로질러 가는 주인공의 현실감 넘치는 고생담이 박진감있게 그려진다. 일본판 도망자를 보듯. 마치 처음부터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쓰여졌다는 듯 생생하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사건의 핵심으로 돌진하는 정공법적인 구조가 페이지터너로서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시각적이고 체험적인 그의 장면 전환과 깔끔한 엔딩은 2시간짜리 초특급 할리우드 스릴러를 본 듯 신명나는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회적인 이슈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선사했던 전작의 욕심에 비한다면 단순히 오락적인 측면에만 기댄 이번 작품의 날라갈 듯한 가벼움은 재능 낭비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주인공의 심적 변화에 대한 동기나 끝까지 향하는 목표 의식이 간단하게 처리된 것도 그렇고, 속도감에 몰입하다보니 사건의 미스테리가 너무 쉽게 풀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버린다.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게임처럼. 그럼에도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는 면에서 '다카노 카즈야키'라는 이름만큼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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