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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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굴드의 '점퍼'책|만화|음악 2008. 8. 15. 22:14
'점퍼'는 영웅담이 아니다. 성장담이다. 가정폭력과 첫사랑, 능력에 대한 고민과 아픔, 그리고 복수를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18살 소년의 거침없는 좌충우돌기다. 영화에서 활약하던 그리핀도, 팔라딘도 여기선 등장하지 않는다. 능력자인 어머니 얘기도 다르다. 영화처럼 경쾌하고 신나는 SF 활극을 기대했다면 오산. 스티븐 골드는 여리디 여린 그 시절의 성장통과 통과의례를 텔레포트라는 능력에 녹여,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고 꼼꼼하게 펼쳐보인다. SF계의 '호밀밭의 파수꾼' 같다는 수식은 조금 과찬이지만, 나름 진지한 시선과 고민들을 조근조근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는 능수능란한 솜씨 만큼은 인정한다. 팔라딘과 그리핀의 얘기를 다룬 2편과 아직 나오지 않은 1편의 주인공 데이비드가 30세 성인이 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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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책|만화|음악 2008. 7. 24. 23:37
강렬하다. 삶에 대한 의지와 고독에 대한 절절한 토로(吐露)가. [나는 전설이다]에 이어 쌍둥이처럼 닮은 이 작품 역시 극한 상황에 치달은 한 개인의 아슬아슬한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피적인 모험 이면엔 개인적인 성찰과 두려움 그리고 변화된 삶에 맞서 싸우는 힘없는 자아의 외로움이 듬뿍 담겨있다. [나는 전설이다]가 외부에 홀로 남겨진 자의 울부짖음이라면 [줄어드는 남자]는 내부로 깊이 침잠하며 단절된 자의 아우성이다.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또 개척하고자 하는 한 인간의 비망록이자 묵시록인 셈이다. 리처드 매드슨은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소재를 너무나도 생생하고 스릴 넘치게 그려낼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게다가 소름끼치게도 그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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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라이만의 '점퍼'영화|애니|TV 2008. 2. 16. 21:21
각종 슈퍼히어로와 뛰어난 능력자들이 판치는 할리우드 세상에서 새로이 발 붙이기란 쉽지 않은 법. 단순히 텔레포트 능력만을 선보이는 [점퍼]는 그래서 약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검증 받은 스티븐 굴드의 탄탄한 원작이 있는 만큼 더그 라이만은 기존 능력자들 영화들과 차별화를 꽤했다. 짧고 스피디한 진행에, 스케일이 느껴지는 다양한 로케이션, 반박자 빠른 현란한 비주얼로 승부를 본 것. 히어로물로서 강한 임팩트를 남기겠단 욕심보단 아기자기한 재미에 주력한 셈이다. 88분 뿐이 되지 않는 짧은 런닝타임이 말해주듯 미드 [히어로즈] 에피소드 중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다. 힘에 대한 각성과 콤플렉스, 막중한 책임감과 같은 전통적인 히어로물의 전례를 따르는 대신 엔조이 마이 리이프에 대한 설파와 캐릭터들의 날아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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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리브스의 '클로버필드'영화|애니|TV 2008. 1. 24. 23:17
이 영화는 놀이기구다. 전후좌우 사정 필요없이 스릴과 긴장만을 위해 존재하니까. 값싼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만든 이의 의도까지 똑같다. 이야기의 힘이 아닌, 경험하고 탈 것의, 체험의 힘이 강하다. 논리와 이성은 필요없고, 플릇과 캐릭터는 최소화되었다. 대신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못지 않게 멀미나는 캠코더 시점을 도입해 현장감을 살리고, 단계별 스테이지 구성을 영리하게 배치해 공포의 강도를 높혀갈 뿐이다. 전쟁의 생중계, UCC의 대중화로 무엇보다 간접 경험의 기회가 넓어져만 가는 시기. 미드 [앨리어스]와 [로스트]로 떡밥의 귀재, 아니 낚시의 황재로 자리잡은 에이브람스가(혹은 할리우드가) 포착해낸 재미는 생존이다. 테러와 재난이 펑펑 터지는 요즘 현실에서 목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