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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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우.잡담 2009. 11. 18. 22:49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좀처럼 보기 힘든 우주쇼가 펼쳐진다 해서 잠깐이라도 졸면 얼어죽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옥상에서 서성였다. 옷깃을 여매고,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추위는 가실 줄 모르고, 몸은 점점 얼어만 가는데 밤하늘에선 개미 새끼 하나 떨어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찐빵 기계에서 흘러나오듯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입김 속에 욕이 반쯤 섞이기 시작할 무렵, 내가 생각한 동남쪽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번쩍이는 무언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거 없이 본능적으로 소원 리스트를 줄줄 읊어댔다.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그렇게 만난 올해 두번째 우주쇼. 감기에 동상 보너스를 감수하고 건진 단 한장의 사진. 누르면 유성우의 한줄기 흔적을 1200 사이즈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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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일식.잡담 2009. 7. 23. 01:19
일생 중에 언제 또 보겠나 싶어 부랴부랴 해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문방구에서 산 셀로판지를 여러겹 덮데며. 조금씩 사라져버린 태양의 잔해는 밤에 익숙한 초승달처럼 비춰져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며 뜨거운 한낮을 그렇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어두워지는 기색. 조금 덜한 기온도 함께. 신기하다. 언제나 존재할 것만 같았던 낮의 사라짐이. 어둠의 도래가. 무슨 변고가 생길까 고대인들이 가진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날. 미디어법 날치기는 그렇게 통과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