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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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쿠마루 슈고의 'In Focus?'책|만화|음악 2013. 3. 11. 08:16
CD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이 튀어나오는 동시에 눈앞에 그림이 그려진다. 쨍한 푸른색 하늘이 칠해지고, 그 위로 하얀 구름이 넘실대며, 오색찬란 무지개가 반짝반짝 빛나면, 눈부신 원색의 유럽 어딘가에 있을 마을에 순식간에 당도한다. 거기에는 만반진수 산해진미의 음식이 가득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별스런 장난감과 진기한 물품들이 날 반기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가는 장터 속 여행자의 모습을 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소박하지만 아날로그의 풍광을 간직한, 조금은 옛스럽지만 활기 넘치는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여행의 풍광 같다. 토쿠마루 슈고의 음악은 그렇다. 그의 사운드는 놀랍도록 회화적이다. 다채로운 악기들과 신기한 음향이 만들어내는 마술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는 심상을 자극해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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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Sensitive'책|만화|음악 2011. 11. 9. 05:39
가을이란 계절엔 전통적으로 발라드가 강세였다. 몰론 아침 저녁으로 스산해지는 바람과 입시 추위에 딱 맞춰 뚝 떨어지는 기온이 그 흐름을 부채질한 것도 무시 못하겠지만, 왠지 뜨거웠던 여름철의 시원한 댄스가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가면 그 텅 빈 공백을 메꿔주는 건 언제나 감정을 복받치게 만드는 조용한 노래들 역할 같아서였다. 마치 뜨끈한 국물을 삼키듯 목구멍부터 뱃속까지 쭈욱 타고 내려가는 그 서글프고 청승맞던 한(恨)의 노래들은 서릿발처럼 찬 입동을 앞두고 구들장 속에 발을 디미는 것 마냥 후끈후끈 가슴을 달아오르게 했다. 사랑에 울고, 이별에 울고, 행복에도 우는 그 구질구질한 가사말 속에 감정이입해 흥얼거리다보면 동장군도 기를 펴지 못한 채 삼한사온이 후딱 지나가곤 했다. 발라드는 감정의 난로였던 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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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의 'Bliss'책|만화|음악 2011. 9. 8. 07:16
이상은은 부지런하다. 88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아이돌스럽게 데뷔한 이래 영화, CF, 드라마까지 출연하다 90년대 중반 아티스트로 대격변을 거친 후 패션, 미술, 디자인, 책 등 예술 전방위로 발을 넓힌 지금까지 꽤나 드라마틱한 사연 속에서도 그녀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해왔다. 그것도 매년, 혹은 2-3년을 주기로, 싱글이 아닌, 10곡이 넘고, 1시간이 넘는, 푸짐스런 한 차림의 정규 앨범 14장과 B-사이드 앨범 1장, OST 2장을 만들었다. '담다디'나 '사랑할거야', '언젠가는' 같은 온 국민이 따라부르던 메가 히트곡은 줄었지만, '공무도하가'나 '어기여디어라', '비밀의 화원' 같은 자신만의 보헤미안스러운 특징이 극대화된, 동양적이여서 오히려 코스모폴리탄적인 색채를 지닌 독특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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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hale의 'Circussss'책|만화|음악 2011. 7. 21. 06:23
W&Whale이 돌아왔다. 일렉트로니카 트리오 W와 신예 보컬리스트 Whale이 만나 첫 앨범을 발표한지 3년만의 기지개다. 그간 틈틈이 싱글과 여러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하며 건재함을 알리긴 했지만, 앨범의 형태를 띈 본격적인 작업물은 이번 EP가 (겨우!) 두 번째다. W가 첫 앨범을 낸 건 지난 2001년, 한국 100대 명반에도 뽑힌 최고의 수확물 2집이 나온 건 2004년이니, Whale과 함께 한 2008년도 앨범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데뷔 10년차가 넘어가는 중견 일렉트로닉 팝밴드 Where The Story Ends는 비교적 과작의 팀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발표한 2장의 OST 앨범과 여러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보여준 다양한 작업물, 그리고 실력파 신예 보컬을 과감히 영입해 전면에 내세우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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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바다의 'City Complex'책|만화|음악 2010. 12. 8. 18:09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이미 가버린 시간들이 류현진의 낙차 큰 써클 체인지업을 보는 듯 하다. 아직은 젊다고 이를 악물고 되네여 보지만, 그 놈의 12간지 숫자 앞에서 능력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을 뿐. 적어도 한국에선 나이에 걸맞는 순리를 따라가길 종용하니까. 그렇다면 100%다. 올해도 혼자 아쉬움을 가득 품은 채 오이도 앞바다에서 해넘이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쥘 것이다. 아무도 없다면 이렇게 소리치겠지. 안녕, 더럽게도 재수없던 2010년아(절대 발음주의)!! 그리고 싸늘한 바다 바람 앞에 핑 도는 눈물을 애둘러 감추며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BGM 삼아 개폼 잡고 내년을 설계할거다. 청승 맞은 노래도 괜찮고, 무드를 타도 좋을 거 같고. 때론 경쾌한 밴드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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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지콰이의 'Love Child Of The Century'책|만화|음악 2007. 6. 22. 02:41
예전 여름엔 한국의 비치 보이스 아니, 비치 남매(?)들이었던 쿨의 음악이 항상 길거리 스피커에서 들려왔는데, 요즘은 여름이라고 시즌을 겨냥한 시원한 음악들이 들리지 않는다. 그저 에어컨에 머릴 박으라는 건지, 해수욕이라도 가라는 건지. 차리라 댄스 음악으로 범벅대던 그 여름이 그리워진다. 벌써부터 후끈후끈 찌는 날씨. 이를 피하려고 집어든 건 클래지콰이 새 앨범이었다. 일렉트로니카의 그들이라면 좀 시원하지 않겠냐 싶어서. 역시나 상큼한 민트 향의 시원함이다. 귀에 착착 들러붙는 당의정 멜로디에, 자극적이지 않은 일로트로니카의 경쾌하고 몽환적인 템포, 밋밋하지만 그런 무미건조함이 일품인 호란과 알렉스의 보이스 컬러가 환상적으로 어울러져 체온을 2도 가량 낮춰준다. 하우스, 뉴웨이브, 삼바 등의 장르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