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W&Whale의 'Circussss'
    책|만화|음악 2011. 7. 21. 06:23

    W&Whale이 돌아왔다. 일렉트로니카 트리오 W와 신예 보컬리스트 Whale이 만나 첫 앨범을 발표한지 3년만의 기지개다. 그간 틈틈이 싱글과 여러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하며 건재함을 알리긴 했지만, 앨범의 형태를 띈 본격적인 작업물은 이번 EP가 (겨우!) 두 번째다. W가 첫 앨범을 낸 건 지난 2001년, 한국 100대 명반에도 뽑힌 최고의 수확물 2집이 나온 건 2004년이니, Whale과 함께 한 2008년도 앨범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데뷔 10년차가 넘어가는 중견 일렉트로닉 팝밴드 Where The Story Ends는 비교적 과작의 팀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발표한 2장의 OST 앨범과 여러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보여준 다양한 작업물, 그리고 실력파 신예 보컬을 과감히 영입해 전면에 내세우는 등의 파격적인 승부수와 끊임없는 도전 정신은 그 어떠한 밴드보다 젊고 독창적인 포지션을 구축해내는데 성공했다. 또 일렉트로닉이라곤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낼 수 있는 전천후 베테랑들(배영준, 한재원, 김상훈)의 테크닉과 독특한 취향은 탁월한 멜로디 감각과 세련된 편곡, 특유의 영상적이고도 서정적인 감수성의 가사와 어우러지며 한국의 Pet Shop Boys라 부를 만큼 좋은 이미지메이킹을 창출해냈다.
     
    Whale의 합류로 날개를 단 그들의 행보는 더욱 거침이 없다. 김윤아와 호란 그리고 윈터플레이의 보컬 혜원을 합쳐놓은 듯한, 마녀스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그녀의 매력적인 보이스컬러는 기존 W를 더욱 대중친화적이고 상업적이라고까지 할만큼 거리감을 좁히게 만들었다. 로켓 펀치 제너레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R.P.G. Shine이 괜히 CM송으로 등극한 게 아니다. 보다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장착한 W&Whale은 완전체로의 비상을 향한 첫 발을 디딘 셈이다. 이번 EP는 그런 단초들을 제시한다. 만화와 영화, 책과 같은 매체에서 흡수율 200%로 받아들이는 감수성 역시 반짝반짝 빛난다. 코나 시절부터 애니 [마녀의 택급편]에서 영향을 받은 '마녀 여행을 떠나다'를 비롯해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그 해 여름 가장 소중한 바다]나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 [슬픔이여 안녕]과 동명의 노래 등 다양한 서브텍스트의 영향력을 표출한 바 있는 팀의 리더 배영준은 W에서도 마찬가지로 잡지 '소년세계', 동화 '은하철도의 밤',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 영화 '경계인', 만화 '최종병기그녀' 등 동명의 노래들을 선보이며 왕성한 문화소비자의 위용을 뽐내왔다. 이번 EP 역시 뮤지컬영화 '버레스크'와 소설이자 만화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에서 그런 영향이 엿보인다.

    화려한 클럽 사운드를 연상케 하는 짧은 도입부 'Burlesque'는 강렬하고 파워풀한 DJ MIX 인트로다. 자신의 음악이 달라졌음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W&Whale 선언문과도 같은 트랙으로 빠른 비트와 기시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2분간의 황홀경을 선사한다. Go-Go's를 상징하듯 We got the beat~로 시원하게 마무리 짓는 Whale의 보이스는 화룡점정! 본격적인 노래는 두 번째 트랙 'C'mon yo!!!'로 시작한다. 일종의 후크송처럼 느껴지는 슬로우 템포의 일렉트로니카로, 강한 비트와 거친 일렉 사운드가 이보다 더 찰기 질 수 없는 Whale의 목소리와 만나 매력적인 중독을 불러일으킨다. 제목과 같은 C'mon & C'mon & C'mon & C'mon Yo!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기존의 W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곡이다. 그 분위기를 그대로 몰아가는 '소녀곡예사' 역시 강렬한 일렉트로닉 댄스튠으로 앞선 노래와 달리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마음껏 펼쳐보인다. W만의 심플하면서 깔끔한 멜로디라인이 두드러지며 인생을 서커스에 빗댄 가사의 시니컬함이 노래에 방점을 찍는다. 다만 그 화려한 사운드에 다소 묻히는 듯한 Whale의 목소리가 조금 아쉽다.
     
    조금은 과격한(?) 변화와 색다른 시도가 겁(?)이 난다면 걱정마시라. 전반부를 찍고 돌아 후반부로 들어서는 '소년마법사'는 기존의 W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래니까. 첫 파트를 무반주로 담백하니 부르며 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Whale의 편안한 분위기는 매우 사랑스럽다. 한재원의 탁월한 프로그래밍과 김상훈의 그루브한 베이스, 배영준의 리듬감 충만한 기타가 잘 조화된 정말 환상적이고도 마법과도 같은 노래다.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모티브를 가져온 동명의 노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마치 그 소설(혹은 만화)의 주제곡 같다. 역시나 W만의 가볍고도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일렉트로니카를 선보이는 노래로, 코나 시절 '마녀 여행을 떠나다'가 W&Whale 시절로 오면 어떻게 변화될까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노래다. 경쾌한 템포의 비트감이 현란하게 귀를 감싸하는 여운이 너무나도 즐겁다. 대망의 타이틀곡이자 마지막곡인 'Break It Down'에선 다시 시작점으로 회귀한다. 강렬한 비트감과 그루브한 일렉 사운드, 쉴새없이 변모하는 마력이 충만한 Whale의 목소리가 결합하며 W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하우스 느낌의 노래를 선보인다. 임팩트를 팍! 남기는 곡이지만 조금 더 W만의 색채감이나 편곡이 어우러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세 남자의 세련된 모노톤의 스펙트럼에서 세 남자와 한 여인의 화려한 테크니컬러로의 전환은 분명 서로에게 윈-윈이 되며 자극과 도전이라는 화두를 던지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EP에서 들려주는 보다 강렬한 템포에 신명나는 과격함, 변화무쌍한 리듬의 후련한 질주감은 그들의 자신감의 발로로 받아들여도 괜찮을 것 같다. 전작이 호흡을 맞춰보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EP를 필두로 조만간에 나올 그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선 보다 거침없는 행보와 화려한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분명 내기컨데, 이번 EP는 맛보기일뿐이다. 그간 W(그리고 Whale)는 실망을 준 적이 없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