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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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의 '집행유예'책|만화|음악 2010. 10. 22. 06:21
지금 와서 솔직히 고백하건데 90년대초 댄스와 블랙뮤직이 가요계를 침공했을 때 난 꿋꿋이 015B와 이승환 그리고 이른바 동아기획이라 불리는 언더의 음악을 선호했다. 윤종신과 이장우, 김돈규 등의 객원가수제에 환호했고, 더클래식과 이오공감 오태호에 박수를 보냈으며, 푸른하늘과 박학기, 장필순과 김현철, 봄여릉가을겨울 정돈 흥얼거려줘야 음악실에서 껌 좀 씹었구나 찬탄하는 수준이었다. 춤추고 랩하는 건 저기 학급 뒷분단에 앉아 슬랭을 쓰며 분위기 잡던 친구들이 열광하는 거지 가요계에서 음악성 완성도 운운하려면 보편적으로 남들 잘 듣지 않는 노래를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 일종의 허세에 레알 쩔었던 셈이다. 허나 그 이면 숨겨진 사실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건 내가 심각한 몸치/박치라는 것이었다. 춤추다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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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6집 the War in Life.책|만화|음악 2008. 2. 27. 15:04
생각없이 화도 잘내고, 너무 모나고, 누구에게도 짐이 되려 하는 난, 이승환 6집에 실린 '나는'이란 노래가 좋았다. 이승환과 달리 난 누굴 위해 산 적도 없고, 많이 미워도 해봤고, 내가 원하는 많은 것을 얻지 못해서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 속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자기반성적이며, 성찰적이고, 동시에 자기암시를 거는 희망찬 가사가 CCM 스타일의 곡조와 맞아 떨어져 왠지 모를 힘을 복돋아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크리스쳔도 아닌 주제에 후렴구의 'Gloria'가 들려올 때면 어느새 내 손에 주먹이 쥐어쥐며 'I can do it!'이나 'Just do it!' 등을 뇌까리곤 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생채기투성이의 몸뚱아리가 된 내 자신을 볼 때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