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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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누군가'책|만화|음악 2010. 1. 29. 05:35
소소한 현실의 미스터리를 그리면서도 그 안의 어둠과 고뇌의 무게감을 담아내는 그녀의 필치는 여전하다. 담담하니 별다른 수식없이 써내려가는 문체 뒤에 예리하게 숨겨져 있는 수많은 감정과 상처들은 인간사 본연의 색깔을 보여주듯 형형색색의 다채로움을 뽐내지만, 저마다 응축된 독과 치명적인 악취를 지니고 있다. 일상이라는 덮개에 살짜기 덮여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회의 가장 뿌리깊은 악의 시작은 그 소박하고 미묘한 심연 속에서 싹트고 있음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마츠모토 세이초 이름 뒤에 거론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유]와 [화차] 등 빼어난 사회파 미스터리를 선보인 미야베 미유키는 [누군가]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스기야마가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회사원인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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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책|만화|음악 2008. 3. 15. 23:14
두툼한 분량임에도 걱정하지 않고 집어 들 수 있는 건 미야베 미유키 때문이다. 그녀의 필력이라면 30권짜리 무협추리라도 즐겁게 읽겠다. 필력이 있다는 건 멋진 문장과 대사, 좋은 구조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 그 매력이 글자 하나하나에서 베어나와야 한다. 푹 고아낸 육수 국물에서 우려낸 듯한 아우라가 독자를 감싸고. 누가 어디서 방해를 해도 다시 책을 집어들어 책장을 넘길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렇게 만든다. [누군가]의 후속으로 쓰여진 작품이지만, 설정과 등장인물이 같다는 거 빼곤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이 작품부터 집어들었다. 의심심장한 제목만큼이나 직접적으로 사회와 인간의 독성에 대해 토로하는 이 소설은 그녀의 출발지점이 사회파라는 걸 어김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