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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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음식|스포츠 2010. 2. 15. 17:42
스포츠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TV 앞에 앉아 있을 사람이지만 이번 동계 올림픽은 별 관심이 가질 않는다. 아니 솔직히 동계라서 시들한 감이 없지 않다. 한국이 메달을 따기 시작한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나가노, 솔트레이크, 토리노 모두 그랬다. 추위에 이불 뒤집어 쓰고 책 읽고 영화 보는 게 낫지, 밖에서 땀 흘려가며 오들오들 떨 필요가 있겠냐는 내 개인적인 마인드 때문이었다. 겨울마다 친근하게 찾아와 몇번씩 날 부르는 감기군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 중에 하나였다. 생애 전반에 걸쳐 스키나 스케이트, 보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에, 자연스레 동계 스포츠는 꿈 속의 몸짓이자 허상과도 같았다. 그 추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너무도 큰 고통이었다. 유일하게 관심이 가는 종목이라면 구슬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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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작 한국 야구 미니시리즈.음식|스포츠 2008. 8. 24. 02:27
8월 중순에 방영한 9부작 '한국 야구' 미니시리즈는 최고의 스릴과 초특급 감동을 선사했다. 왠만한 드라마와 떡밥에 넘어가지 않는 관중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반전 드라마와 트릭을 숨겨두었다. 그러나 이를 즐기기 위해선 눈 꿈쩍 하지 않는 강심장과 강철 체력이 필요하다는 거. 염통이 쫄깃해지고, 심장이 벌렁거리며, 똥줄이 타들어가는 최고 강도 수준의 쇼크 요법은 임산부와 노약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견디기 힘들다. 요즘은 너무 흔해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 뻔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 또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을거라 생각된다. 적으로 나오는 쿠바, 미국, 일본과의 경기도 즐겁지만, 생각도 못한 접전을 펼친 중국과 대만, 캐나다의 선전과 올해의 작가상을 강하게 노리고 있는 '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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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드라마다.음식|스포츠 2008. 8. 22. 16:49
삼진과 병살 그리고 다시 삼진. 4번 타자의 부진은 인내심의 한계를 가져왔고, 손에는 땀을, 입에는 욕을 달게 만들었다. 안타까움과 초조함, 극한의 긴장감이 보는 이에게도 전해졌으니 정작 타석에 들어선 이 남잔 오죽 하겠나. 소심함과 찌질함이 극에 달하는 나로선 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화장실 열두 번에, 복통만 일곱 번 앓았을 듯. 온갖 야유와 기대 그리고 부담감을 온 몸에 짊어진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걸 극복하고 역전 2점 홈런을 때렸댔다. 딱! 크지막한 포물선은 점점 관중석이 다가가며 설마에서 환희를, 크지막한 웃음과 동시에 감동의 눈물을 선사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마워요 승짱. 그리고 사토 너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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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음식|스포츠 2008. 8. 9. 23:38
작렬하는 태양. 숨막히는 열기. 찌는듯한 더위가 며칠째 이어졌다. 뒤숭숭한 국제 정서와 꼴도 보기 싫은 국내 상황이 어우러진 건 보너스. 일은 잘 안풀리고, 돈 준다고 불러주는 데도 없고, 영화는 지겹고, 책도 이미 집어던졌다. 고개만 돌려도 땀이 떨어지는 한증막 같은 상황에서 놀러가는 건 더더욱 더 아니고. 정지된 뇌세포와 녹아내리는 몸뚱아리를 시원하게 구제해줄 해결책은 과연 없을까. 끓는 아스팔트 길을 걷다 들른 은행의 에어컨 바람 같은, 군훈련 받다 지나던 젊은 처자를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 같은, 이 지긋지긋한 인생사 가만히 아무 생각없이 잊고 내 지친 심신을 달래줄 보약 같은 그런 존재가 말이다. 그래서 TV 틀고, 선풍기 바람 맞으며, 멍청하니 올림픽만 바라보고 있다. 아 이 지긋지긋한 TV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