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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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책|만화|음악 2008. 8. 14. 21:10
'삼월의 붉은 구렁을'은 책을 위한 책이자 책 속의 책이다. 액자 구성과 오브젝트들 통해 이상을 현실화하고, 현실을 소설화해간다. 4편의 연작 단편을 통해 남미 환상 문학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현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섞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향해 나아간다. 온다 리쿠가 이 작품을 비로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써나가는 법을 깨달았다 말하듯, 이 작품은 자유로운 글쓰기와 여러 테마가 만나 후에 다양한 소재들을 남겨둔 그녀의 판도라 상자다. 강렬하고 화려한 맛은 없지만, 은연중에 잔잔히 씹히듯 껄끄러운 잔재들은 후에 '흑과 다의 환상'과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 그리고 '황혼녘 백합의 뼈' 등으로 분절돼 나오니, 자세한 뒷이야기와 외전이 궁금하다면 하나하나 골라 보는 것도 상당할 듯. 다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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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책|만화|음악 2008. 4. 23. 14:09
몽환적이고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온다 리쿠의 이미지네이션은 다분히 만화적이다. 수식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회화적인 묘사를 구사하지 않음에도 그녀의 소설은 눈동자가 그렁그렁한 어여쁜 남녀 캐릭터들이 유럽 속 고풍적인 무대를 휘젓는 듯한 착각이 든다. 쉽게 읽히는 라이트 노벨과는 판이하게 다른 정서적인 울림을 담아낸 그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섬세한 스토리텔링은 그래서 만화답다라는 전제 하에도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두툼한 분량에도 미스터리한 사건이 연속해 벌어져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되는 이 소설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부터 이어지는 삼월 연작 중에 하나. 아쉽게도 순서대로 접하진 못했지만, 매력적인 배경과 환상적인 분위기, 복잡하게 얽힌 스토리라인 삼박자가 어울러져 전편과 다음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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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도서실의 바다'책|만화|음악 2008. 4. 15. 23:40
온다 리쿠는 추억 속에서 떠돈다. 그것이 아름답건 추악하건 슬프건 기쁘건 그녀의 글 속엔 언제나 기억이라는 화두가 아스라히 손대면 부셔질 듯한 이미지와 결합해 사람들이 걸어 온 생의 흔적을 비춘다. 잊어버리고 지워버리며 각색된 기억을 통해 현재를 무덤덤하니 살아가는 현대인을,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조작된 삶을 냉랭하고 무의식적으로 평가내리는 현대인의 습관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 포장하는 그녀의 솜씨는 여전히 탁월하고 꼼꼼하다. 장편처럼 강렬하고 화려한 맛은 없지만 언제나 조용한 듯 새침한 듯 불안한 정갈함을 보여주는 단편들이 담겨있다. 긴 호흡의 키스보다 짧은 찰라의 뽀뽀가 더 인상적일 수 있듯, 그녀의 단편은 기습적이고도 찰라적인 순간의 인생의 여러 모습들을 캐치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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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빛의 제국'책|만화|음악 2007. 5. 22. 01:08
본의 아니게 떠나있는 시간. 나름대로 바쁠 듯 하지만 그럼에도 잠깐의 틈을 생각해 요즘 잘 나간다는 온다 리쿠의 소설을 빌렸다. 도서관에서 거의 보기 힘든 작가 중에 하나인데, 운이 좋았나 보다. 역시나 시간이 많은 사람에겐 이런 점들이 유리한 게 아닐까. 원래 보고 싶었던 건 [여섯번째의 사요코]였는데, 있는 게 이거뿐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읽었던 김영하의 소설과 제목이 같다. 이것도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힌트를 얻었나.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작가의 별명이 맘에 든다. 몇장 안 읽어서 아직 뭐라 얘기하긴 이른 듯. 다 읽고 추가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