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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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 2014.잡담 2014. 12. 31. 06:34
개인적으론 작년에 이어 나쁘지 않은 한해였다고 생각하는데 - 물론 내 늘어난 조바심과 더러워진 성격, 심각한 게으름에 대해선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 대외적으론 참 피곤하고도 파렴치한 한해였다. 무능력한 정부를 바라보는 것도 지치고, 죄없는 서민들만 죽어라 다쳐나가고 피폐해지는 걸 느끼니 울화통이 치미고, 이에 맞서 대처할 인재가 전혀 없어보인다는 점에서 장탄식만 새어나온다. 내년이라고 뭐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결코 좋아질 수 없는 암울한 사회 전반 속에서 묵묵히 눈 감고 귀 닫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그저 끔찍할 따름이다. 무엇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근본없는 세상으로 변하게 만드는 걸까. 본능? 욕구? 아니면 무관심? 내년에는 어서 이 가리워진 구름을 뚫고 둥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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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잡담 2012. 12. 31. 23:56
이맘때면 항상 드는 생각. 아직까진 괜찮아. 그래도 내년엔 뭔가 달라지겠지. 막연한 기대인지 지나친 안일주의인지 비겁한 낙관론인지 모르겠지만 이 조그마한 희망이 아직은 시큼한 후회보다 미련한 꿈을 꾸게 만드는 것 같다. 인생은 반전, 미래는 복권, 내일은 축복. 비록 가진 것, 이룬 것 하나 없어도 온갖 꿀 발린 감언이설로 자신을 위로하는 매해 마지막 날이 좋다. 누군가 내 편이 되고, 무언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욕망이 살아 숨 쉬는 센티한 하루. 위로와 꿈의 연말정산인 셈이다. 지금은 차거운 서해지만 언젠가 따뜻한 남태평양에서 이국적인 바다를 바라보며 새해를 맞이하게 되길. 기약 없는 꿈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쇼생크 탈출의 앤디처럼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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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온도.잡담 2010. 12. 30. 04:49
한 해가 저문다. 계절이 티를 내며 세상을 덮는다. 옷깃을 세우며 찬 공기를 막아보지만 어김없이 한기가 스민다. 빨라지는 걸음을 따라 거리에 새겨지는 자국이 촘촘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앞서 있던 그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미끄러워 넘어질까 서로 잡고 가는 모습이 조심스럽고 굼뜨다. 넓게만 느껴지던 저 우직한 등판과 언제나 따뜻해 보이던 가슴 품 안이 왜 이리 좁고 서늘해 보이는지. 시간의 온도 차가 매섭다. 보폭이 따라 느려진다. 다가가 슬며시 내 손을 내민다. 이제야 속도를 맞출 수 있게 된 이 길이 조금만 길었으면 싶다. 머리에 어깨에 얹은 흰 것이 눈발 때문만은 아니겠지 생각한다. 내 마음 속 한 해 한 해의 온도가 조금씩 떨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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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해넘이.잡담 2009. 12. 30. 23:58
영하 13도의 추위를 뚫고 해넘이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하루 일찍 갔다왔는데, 역시나 그래도 바닷바람은 무지하게 차가웠다. 살을 에는 듯한..같은 상투적인 표현은 자제하고 싶었지만, 정말 귓볼이 싹뚝 잘려 나가는 추위의 압박. 눈물 콧물 범벅에 아무 감각 없는 손으로 찍다보니 제대로 핀이 맞은 건 달랑 이거 하나였다. (꾸물대다 조금 늦은 탓도 있지만) 구름이 잔뜩 껴 지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는 태양을 담지못한 게 아쉬웠다. 귓가에 울려퍼지는 티스퀘어의 'Twilight in upper west'를 뒤로 하며 내년엔 부디 조금 더 나아진 삶을 살게 되길 빌어본다. 빠이빠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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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light in upper west.잡담 2007. 12. 31. 14:29
한 해가 저물어간다. 감기만 아니었어도 간단하게나마 오이도에 가 해넘이를 보려 했다. 몸이 여전히 안좋아 불발되고 말았지만. 덕분에 집에서 차분히 T-Square의 음악을 들으며 한해 정리를 해본다. 언제부턴가 내게 해넘이와 말일에 듣는 T-Square의 음악은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마치 습관처럼. 해돋이를 보러 갈 여유는 없고, 그들의 Twilight in upper west는 한 해를 돌아보기에 꽤나 좋은 BGM 역할을 해주니까. 잘 버텨왔다 참 잘했어요의 의미랄까. 내 자신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남들은 족발에 K-1이라지만 케이블이 안나오는 나로선... ㅜ_ㅜ) 언젠가는 T-Square의 자켓 사진처럼 따뜻한 남쪽에서 설을 맞게 되길 희망해본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