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츠지 유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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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책|만화|음악 2010. 1. 21. 12:16
[암흑관의 살인]보다 먼저 읽었지만 나중에 끄적거리는 이 키리고에, 일명 [무월저 살인사건]은 신본격의 기수 그리고 이젠 중견으로 우뚝 선 아야츠지 유키토의 전형적인 품새를 갖췄다. 고립된 지역, 한정된 인원,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그리고 정정당당한 승부의 트릭과 퍼즐 맞추기 묘미가 바로 그것. 그러나 태생적 한계에 의해 기시감의 향기를 진하게 머금고 있는 신본격의 승패는 트릭과 동기의 기발함 그리고 분위기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기에, 이미 관 시리즈로 독특한 캐리어를 구축한 아야츠지 유키토는 여기서 한발 비켜서 존 딕슨 카를 연상케하는 초자연적인 색채를 불어넣는다. 언제나 이런 '폭풍의 산장' 류의 작위성이, 그리고 다소 납득이 안가는 범인의 미묘한 동기가 살짝 걸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추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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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책|만화|음악 2009. 12. 7. 23:23
1300 페이지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 시공간을 뒤흔드는 구조, 그리고 복합적인 서술의 혼용은 확실히 이전의 슬림하게 잘 빠진 퍼즐북 느낌의 관 시리즈와 다르다.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 수수께끼의 건축물, 밀실 미스터리에 인간의 검은 욕망이 결합된 특유의 형식은 여전하지만, 암흑관은 보다 이 시리즈 자체의 근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따라 배경은 두터워지고, 서술은 산만하며, 트릭이 약해진 게 사실. 더욱이 총정리 및 앞으로의 예습격인 뉘앙스라 관 시리즈를 전혀 모른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 십각관과 시계관을 제외한 나머지 관 시리즈는 절판!) 그럼에도 막판에 펼쳐지는 그 오랜 기다림의 끝엔 달콤한 열매가 있으리라. 일본 특유의 복잡하고 그로테스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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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책|만화|음악 2008. 1. 7. 21:57
안타깝게도 현재 추리소설에서 본격(혹은 고전) 형식의 퍼즐 미스테리를 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의 진보와 매체의 다양화는 더 복잡하고 과학적인 사고와 자극적인 흥미만 요할 뿐, 페어 플레이 속에 피어나는 논리정연의 중요성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다. 픽션들보다 더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현실의 무자비한 사건사고들이 가져다 주는 충격파가 한몫 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런 면에서 현재 추리소설은 하드보일드와 사회파라는 스릴러, 반전과 싸이코패스 그리고 CSI만 남아 있을뿐, 엘러리 퀸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반 다인 등의 고전적 품격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가 버렸다. 여기 1987년 혜성처럼 등장한 아야츠지 유키노의 이 데뷔작은 그런 고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오마쥬이고, 복고지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