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현재 추리소설에서 본격(혹은 고전) 형식의 퍼즐 미스테리를 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의 진보와 매체의 다양화는 더 복잡하고 과학적인 사고와 자극적인 흥미만 요할 뿐, 페어 플레이 속에 피어나는 논리정연의 중요성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다. 픽션들보다 더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현실의 무자비한 사건사고들이 가져다 주는 충격파가 한몫 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런 면에서 현재 추리소설은 하드보일드와 사회파라는 스릴러, 반전과 싸이코패스 그리고 CSI만 남아 있을뿐, 엘러리 퀸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반 다인 등의 고전적 품격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가 버렸다.
여기 1987년 혜성처럼 등장한 아야츠지 유키노의 이 데뷔작은 그런 고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오마쥬이고, 복고지향적인 동시에 현재에도 퍼즐 미스테리가 먹힌다는 사실을 입증한 작품이다. 이 작품 이후로 등장한 김전일과 코난 같은 만화는 실제 고전 미스테리의 트릭을 다뤄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퍼즐 미스테리에 목말라 했다는 반증이 아니였을까.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현재 사건을 교차로, 육지와 섬 사이에서 펼쳐지는 '폭풍의 산장' 류의 설정은 작위적이고 다소 유치할 수 있지만, 충분한 재미와 긴박감, 궁금증을 자아내며 속도감 있게 읽히는 마력을 갖췄다.
트릭과 범인에 대해선 분분한 의견이 많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건 고전이라 고사 직전에 놓여있던 퍼즐 미스테리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의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