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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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일식.잡담 2009. 7. 23. 01:19
일생 중에 언제 또 보겠나 싶어 부랴부랴 해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문방구에서 산 셀로판지를 여러겹 덮데며. 조금씩 사라져버린 태양의 잔해는 밤에 익숙한 초승달처럼 비춰져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며 뜨거운 한낮을 그렇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어두워지는 기색. 조금 덜한 기온도 함께. 신기하다. 언제나 존재할 것만 같았던 낮의 사라짐이. 어둠의 도래가. 무슨 변고가 생길까 고대인들이 가진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날. 미디어법 날치기는 그렇게 통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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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잡담 2009. 5. 23. 18:04
옆집 아이가 운다. 뒷집 아이도 운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귀청이 떨어져라 얼굴이 새빨게지도록 운다. 잠이 부족해 투덜거리며 몸을 뒤척이던 내게 이 소식이 전해진 건 이때쯤, 아이들의 울음소리 속에서였다.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거짓말....' 40시간 가까이 못자다 겨우 잠든 내게 전해진 비보에 한참동안을 멍청하게 TV만 바라봤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데 왜 이리 어색한 걸까. 아직도 덜 깨인 몽롱함 속에 해맑은 그의 웃음을 보며 고인의 넋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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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독감.잡담 2009. 4. 28. 23:26
돼지 독감이라 우습게 봤던 게 사실이다. 그까이 꺼 돼지한테 감기약 멕이면 낫는 거 아냐? 무식하게 생각했는데 왠걸, 들려오는 소식들이 헐리우드 재난 영화 보듯 스케일이 제법 무시무시하다. AIDS, SARS, 광우병 등을 제치고 제 2의 흑사병이라도 되려는지 발생지인 멕시코에선 걸리는 족족 죽어나간덴다. 거의 퍼지는 속도가 광통신망 MP3 다운 속도에 버금갈 지경이고, 변종 바이러스라 치료제도 없는 상황. 감기 비스무레한 거에 잘 걸리는 나로선 호러도 이런 호러가 없다. 무리하지 말자.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피곤하다 싶으면 바로 태업(!)으로 전환. 감기를 예방하자. 산 돼지는 빠이빠이, 죽은 돼지는 비싸서 빠이빠이. 사는 게 감기만큼이나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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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펀치 제너레이션.잡담 2009. 4. 5. 23:56
필요한 건 정말 로켓 펀치였을까? 노래 가사에선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지만, 실상 냉정하지 그지없는 살벌한 현실은 그리 만만해보이지 않는다. 한 단 한 단 분리되는 발사체를 머리 속에서 그리며 각 국의 이해 관계와 속셈을 하나 둘 헤아려본들, 좀처럼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섣불리 행동할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은 말도 안되는 만화 속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너무나 현실감 없는. 그러면서도 너무나 생생한 이야기. 불안할 것 없어. 다가올 일도. 중요한 건 바로 지금. 그들은 미사일을 쏘지만 우린 나무를 심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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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잡혔다!!잡담 2009. 2. 2. 05:24
강호동 여동생 같은 이름으로 극악무도,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연쇄 살인을 접하며 올해부턴 좀 덜 감정적이 되자 마음 먹은 신년 계획이 작심십일, 도로아미타불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런 눈치 코치 김치 살치 참치 아이팟 터치도 없는 놈아! 니깟 녀석이 인간이면 난 중국 태산에서 신선놀음 오백년쯤 하다 잠깐 백일휴가 나온 예비역 성인군자다. 이런 죽을 때까지 김구라 욕설 플러스 윤종신 깐죽 콤보를 바로 코 앞에서 들어도 시원치 않을 놈. 아름다운 세상까진 바라지 않으련다. 그저 살만한 환경은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루 빨리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가 치유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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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잡담 2009. 1. 23. 02:59
어떠한 상황이 되었건 인명 피해는 나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나도 추운 겨울, 끔찍하게도 뜨거운 참사 앞에 차갑게 식은 눈물이 먹먹한 가슴을 가득 채운다. 개발이라는 대업 앞에 나타난 초라한 생존의 절규는 무서운 화마 속에 집어 삼켜지고, 결과 중심의 무자비한 시정논리는 책임과 명예를 더럽히며 비겁한 변명과 치졸한 감성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귀 막고, 눈 막고, 입 막고 단지 숨구멍만 열어놓고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살아갈 우리네 기구한 인생이 안타깝다. 죽음 앞에서 그 어떠한 것이 소중하리오. 고인들의 넋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