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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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구의 '시크릿'영화|애니|TV 2009. 12. 12. 22:27
이 영화, 번안극 같다. 어느 정도 그의 입김이 묻어있던 [세븐 데이즈] 역시 미드 느낌이 강했다. 차림상은 좋은 편이다. 형사의 아내가 범인으로 몰리고, 실제로 아내는 범죄 현장에 있었다. 피해자의 형인 조폭 두목은 경찰보다 빨리 범인을 잡아 아작내려 한다. 세련된 듯 익숙한 듯 그럴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대사도 연기도 미술도 모두 수입해다 지금 막 꾸며놓은 듯 어색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비밀에 쫓기느라 숨기느라 캐내느라 바쁘지만, 정작 영화 밖 인물들은 그 비밀이 궁금하지 않다. 지리한 설명과 뽕발만 풍기는 개폼에 서서히 지쳐만 갈뿐. 그나마 [세븐 데이즈]는 납치라는 타임 어택이라도 있었지, [시크릿]은 이도저도 없이 분주하게 시늉만 내다 끝나버린다. [백야행]이 실패한 짝통이라면 [시크릿]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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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의 '불신지옥'영화|애니|TV 2009. 8. 25. 23:54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한 공포, 놀라지는 않지만 스리슬쩍 소름 돋는 끈쩍함은 말초적이고 잔인한 요즘 호러와 살짝쿵 거리를 둔다.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슬픈 우화인 이 영화는 특정 종교나 무속신앙을 지칭하며 불편함을 강조하기보단 소극적인 방식으로 광신에 대한 현대인의 자가당착을 표출하고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조금 더 종교적이고, 더 센세이셔널하게 막나가는 불경함을 기대했건만, 감독은 [소름]이나 [거미숲], [로즈메리의 아기] 식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원했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조그마한 비판이자 성찰기로 봐도 좋을 듯. 문제는 호러로 포장된 이 서스펜스 추리극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지점의 공포는 과연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감정적인 동화와 이해없이 말초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