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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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쌍화점'영화|애니|TV 2009. 1. 19. 23:37
도식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많이 반복되어 왔고, 그만큼 인기를 얻어왔다는 것이라, 그만큼 식상해지기 쉽기 때문에. 따라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잘 풀기 위해선 나름 기술이 필요하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연출, 편집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이 복합적이고도 미묘한 리듬과 템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하 감독은 데뷔작에서부터 먼 길을 돌아 그 방법을 터득했다.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드는 내공 만큼은 출중하다. 사극이라서가 아니라, 노출 때문이 아니라, 멜로드라마기 때문에 관객에게 먹혀드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했다. '쌍화점'에서 중요한 건 인물 간 감정의 소통이다. 문제는 길이다. 배분과 욕심 사이의 황금비를 찾는 일. 타이트하고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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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의 '엔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영화|애니|TV 2009. 1. 8. 22:39
후미 요시나가의 시니컬한 유머와 빈 듯하면서 잘 짜여진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2시간짜리 장편으로 각색할 수 있을까. 궁금함에 '남자끼리'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본 영화는 가벼운 상업용 팬시 무비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닭살 돋을 만큼의 유치함과 어색한 연기가 없었다는 게 다행일뿐, 한없이 트랜디하고 패셔너블한 감수성은 만화에서 느꼈던 캐릭터별 고민과 감정의 파고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여고괴담 그 두번째 이야기] 이후 그가 보인 행보는 김태용 감독과는 전혀 다른데, 어느 쪽의 지점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좋은 실력과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 아쉽다. 꽃미남의 상품화, 동성애의 단순화, 그리고 케이크의 그냥 미화(!)가 마음에 몹시도 걸렸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