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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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책|만화|음악 2010. 2. 6. 22:39
레이 브래드버리의 언어는 마법이다. 문장 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매혹의 이미지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단어 하나 하나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편린들은 영롱하며 아름답다. 또한 어둡고 슬프며, 멜랑꼴리하고, 희미한 새벽 안개 속의 일출이자 저녁 노을의 매직아워 같다. 읽다보면 문득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허나 그 문장이 던져주던 시청각적인 싱그러운 찬란함 만큼은 잊은 적이 없다. 그 두근거림이야말로 브래드버리가 가진 매력이자 특기다. 여름날의 풍취를 물씬 머금고 있는 [민들레 와인] 역시 강력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놀랄만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것이 비록 지긋하고 남루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그가 그려낸다면, 그가 그린 하루라면 전혀 다르다. 무덥고 습한 찜통 더위 속의 보충수업 같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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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도서실의 바다'책|만화|음악 2008. 4. 15. 23:40
온다 리쿠는 추억 속에서 떠돈다. 그것이 아름답건 추악하건 슬프건 기쁘건 그녀의 글 속엔 언제나 기억이라는 화두가 아스라히 손대면 부셔질 듯한 이미지와 결합해 사람들이 걸어 온 생의 흔적을 비춘다. 잊어버리고 지워버리며 각색된 기억을 통해 현재를 무덤덤하니 살아가는 현대인을,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조작된 삶을 냉랭하고 무의식적으로 평가내리는 현대인의 습관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 포장하는 그녀의 솜씨는 여전히 탁월하고 꼼꼼하다. 장편처럼 강렬하고 화려한 맛은 없지만 언제나 조용한 듯 새침한 듯 불안한 정갈함을 보여주는 단편들이 담겨있다. 긴 호흡의 키스보다 짧은 찰라의 뽀뽀가 더 인상적일 수 있듯, 그녀의 단편은 기습적이고도 찰라적인 순간의 인생의 여러 모습들을 캐치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