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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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의 '내 사랑 내 곁에'영화|애니|TV 2009. 9. 29. 23:46
술을 조금 많이 마시고 두번이나 결혼한 청순하고 예쁜 히로인에, 카리스마 만빵의 루게릭병 환자.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싼 플랫하지만 기구한 사연들을 품은 조연들의 앙상블엔 전혀 불만 없다. 오히려 쓰러질 정도로 살을 빼고, 대사 하나 없어도 머리를 밀며, 아이돌 쌩얼에 따귀 투혼, 밤새며 장례지도 교육까지 받은 배우들의 열연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밋밋하고 매력없는 드라마를 위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진심이 담긴 휴먼다큐 '사랑'을 한번 더 보고 눈물을 짓는 게 더 슬플 듯 싶다. 악어의 눈물만 들어찬 신파는 허영이다. 적당한 소재주의로 두 시간을 채우는 가식은 기만이고. 진짜던 가짜던 중요한 건 진심이다. 그러나 박진표는 점점 더 진심에서 멀어져 간다. 영화다운 영화를 찍거나 다큐를 하거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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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의 '베토벤 바이러스'영화|애니|TV 2008. 11. 7. 03:16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상한 드라마다. 유치하고 상투적인 극 전개에, 도식적인 캐릭터, 그리고 낯 간지러운 상황들이 연쇄 콤보로 발생하지만, 꿋꿋히 화면을 보게 만든다. 닭살이 돋고, 짜증이 솟아나도, 생방송스런(하긴 안 그런 한국 드라마가 어디겠느냐만은) 환경과 빈약한 연출력, 조악한 대본에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닥치고 유일하게 본방 사수를 지킨다. 결코 잘 만든 드라마라 칭송할 수 없지만, 외면할 수 없는 중독성에 빠져든다. 맞다. 이 드라마는 정말 '바이러스'임에 틀림없다. 뭐 이 따위 똥덩어리 같은 드라마가 다 있어! 외치고 싶지만,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건 이 드라마 자체기에 욕을 할 수가 없다. 한국에선 '모짜르트'같은 천재보다 '살리에르'같은 노력형+연륜 그리고 노련한 정치감각을 갖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