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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규의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애니|TV 2008. 11. 7. 03:16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상한 드라마다. 유치하고 상투적인 극 전개에, 도식적인 캐릭터, 그리고 낯 간지러운 상황들이 연쇄 콤보로 발생하지만, 꿋꿋히 화면을 보게 만든다. 닭살이 돋고, 짜증이 솟아나도, 생방송스런(하긴 안 그런 한국 드라마가 어디겠느냐만은) 환경과 빈약한 연출력, 조악한 대본에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닥치고 유일하게 본방 사수를 지킨다. 결코 잘 만든 드라마라 칭송할 수 없지만, 외면할 수 없는 중독성에 빠져든다. 맞다. 이 드라마는 정말 '바이러스'임에 틀림없다. 뭐 이 따위 똥덩어리 같은 드라마가 다 있어! 외치고 싶지만,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건 이 드라마 자체기에 욕을 할 수가 없다.
     
    한국에선 '모짜르트'같은 천재보다 '살리에르'같은 노력형+연륜 그리고 노련한 정치감각을 갖춘 인물이 성공한다는 걸 뼈저리게 담아낸, 진정 한국 사회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자성이 폐부를 찌른다. 강마에를 보며 마냥 웃을 없는 가슴 아픔은 예전 '하얀거탑'의 장과장이 보여준 궤적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기도 하다. 김명민은 이런 인물들의 카리스마와 디테일을 잘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그에게 심취돼서 보고 있는지 모른다. 투박하고 거친 만듦새와 달리 삶에 대한 강한 진정성과 페이소스가 느껴져서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한번쯤 꿈을 이루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기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보는 건지도 모른다.

    잘 모르겠지만, 이 바이러스에서 헤어나오기 위해선 다음주 엔딩까지 무조건 닥본사를 해야한다는 것만큼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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