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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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원의 '차우'영화|애니|TV 2009. 7. 22. 23:18
스테이크 먹으러 훼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빵만 잔뜩 먹고 나온 기분. 아니 피자 먹으러 갔다 샐러드만 배 터지게 먹은 기분? 뭔가 배가 부르긴 한데, 그 느낌이 다소 묘하다. 재료와 메뉴를 보고 당연히 괴수물이 나오겠거니 추측했더니, 생뚱맞게 코미디란 음식이 나왔기 때문에. 만족과 실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앞서 상상초월의 결과물에 벙 찌는 기분이다. [프릭스]나 [플래시드], [불가사리]도 이 정도로 개그를 치진 않았다. 이 영화는 종종 액션과 호러 보다 코미디에 더 집중하는 연출자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소재와 장르가 따로 노는 이 괴이한 조합을 여름 대작으로 내놓은 제작진과 마케팅의 마인드가 그저 아찔할뿐. 이런 대인배들. [시실리 2km] 때부터 알아봤지만, 신정원, 결코 종잡을 수 없다. 평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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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대괴수 용가리'영화|애니|TV 2009. 5. 25. 20:28
일본 특촬물의 기술력이 더해졌다 해도 엄연히 한국식 괴수물의 시작을 알린 '용가리'의 존재는 지금껏 독보적이다. 뛰어난 미니어쳐와 남정임이나 이순재 같은 배우의 좋은 연기, 전형적인 괴수물에 충실한 각본 외에도 판문점에서 등장하는 용가리의 설정은 반공 영화로서의 문법을 세련된 방향으로 치환해내는데, 단순히 싸워야 할 주적으로만 그 존재를 몰아가는 게 아니라 공생해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단 점에서 [똘이장군] 류의 함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트위스트 버전으로 편곡된 아리랑에 춤을 추는 용가리나 광화문, 남대문 등 지리적 요인을 잘 살린 견고한 특효의 기운 등 한국 고유의 엔터테인먼트를 부각시켰다는 데도 의의가 크다. 10여년 전 하이텔 SF 소모임에서 [킹콩의 대역습]과 [우주괴인 왕마귀]와 함께 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