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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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라의 '7급 공무원'영화|애니|TV 2009. 4. 23. 05:46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와 [트루 라이즈]에 크게 빚지고 있는 [7급 공무원]은 유사한 설정과 별개로 한국식 로맨틱 코메디에 주력한다. 화끈한 액션의 쾌감 속에 자잘하게 감춰진 코미디의 본능이 빛을 발하던 전자의 영화들과 달리, 후자는 대놓고 오해와 우연으로 점철된 두 남녀의 엉성한 슬랩스틱 코메디에 방점을 찍고, 액션을 양념으로 곁들이는 정도랄까. 따라 가볍고 엉뚱한 상상력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지만 심각하게 유치발랄, 어색한 어조의 흐름을 동반해 낯간지러운 민망함마저 느껴진다. 욕심을 덜 부리고 남녀 관계에 보다 집중했다면 [달콤 살벌한 연인]의 아기자기함까진 갔을텐데, 아쉽게 공력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 2년생 징크스인가. 김한민도 신태라도 두번째 작품은 성에 차지 않는다. 아니 아주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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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의 '영화는 영화다'영화|애니|TV 2008. 10. 7. 23:29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면을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각종 상징과 은유를 촘촘히 박아놓은 이 재기발랄한 저예산 영화에서 '김기덕'이란 존재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 같다. 동양철학적인 사고와 폭력 그리고 매체에 대한 본질적이고 형식적인 미학 탐구를 놓치지 않았던 그의 전작들을 비춰본다면 더더욱 더. 섹스와 광기같던 에너지는 줄었지만, 장훈이란 젊은 패기와 상업성이 만나 대중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얻었다. '아름답다'에 이어 이건 김기덕의 또 다른 도전이자 실험이다. 그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달라지고 있다. 흑과 백, 대칭적이면서도 서로 모노톤으로 닮은 두 캐릭터가 엔딩부 회색의 진흙밭에서 하나의 색깔로 귀결될 때 이 영화의 본질이 살아난다. 현실과 가까워진 허구가, 혹은 허구가 되어버리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