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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훈의 '영화는 영화다'
    영화|애니|TV 2008. 10. 7. 23:29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면을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각종 상징과 은유를 촘촘히 박아놓은 이 재기발랄한 저예산 영화에서 '김기덕'이란 존재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 같다. 동양철학적인 사고와 폭력 그리고 매체에 대한 본질적이고 형식적인 미학 탐구를 놓치지 않았던 그의 전작들을 비춰본다면 더더욱 더. 섹스와 광기같던 에너지는 줄었지만, 장훈이란 젊은 패기와 상업성이 만나 대중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얻었다. '아름답다'에 이어 이건 김기덕의 또 다른 도전이자 실험이다. 그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달라지고 있다.
     
    흑과 백, 대칭적이면서도 서로 모노톤으로 닮은 두 캐릭터가 엔딩부 회색의 진흙밭에서 하나의 색깔로 귀결될 때 이 영화의 본질이 살아난다. 현실과 가까워진 허구가, 혹은 허구가 되어버리는 현실이 가진 불균질하면서도 불가사의한 마력이 바로 그토록 꿈꿔왔던 - 삶을 끊임없이 모방해왔던 픽션의 굴레임을. 그것은 인간의 삶과 꿈(혹은 죽음)에 대한 불확실성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장자의 호접몽을 언급하며 철학적 경계에 섰던 그 여타의 유수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다시금 엔딩에 이르러 그 본령에 충실하게 회귀한다. '영화는 영화다'라고.  그게 '영화는 영화일뿐'이던, '영화는 영화구나'가 됐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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