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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ple Plan의 'Get Your Heart On!'
    책|만화|음악 2011. 7. 5. 03:49

    심플 플랜과의 운명적인 첫 조우는 그들의 가장 대중적인 히트작 'Welcome to my life'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시원스레 쭉쭉 뻗는 보이스 컬러, 통통 튀는 드럼비트, 발전기를 가져다 놓은 양 찌릿찌릿한 기타 사운드가 일품인 이 미디엄 템포의 모던락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제목만 듣고는 내 인생에 너를 초대해 앞으로 평생 같이 살고 싶다 류의 러브 스토리인줄 착각했는데, 시니컬하고 드라이하면서도 나름 긍정적이던 가사에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선하다. 'Take my Hand'와 'Perfect'를 들으며 하드한 맛과 소프트한 맛을 동시에 낼 수 있는 실력과 스타일에 놀랐고, 'I'd do anything'과 'Shut Up'을 통해 그들의 경쾌함과 베이스 돌리기 만큼이나 자동으로 벗헤드 인형이 되어버리고 마는 내 자신에 대한 적응도 끝냈다. 흥겹고 친근한 멜로디를 담은 음악과 달리 직설적이고 솔직한 메시지를 담은 가사는 그들이 펑크에 기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귀가 터져나가리 만치 강력한 기타와 드럼 사운드는 미처 의심하는 그대들을 확인사살한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앨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직도 관록과 연륜보다는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활력을 주 무기로 들고 나오는 이 캐네디언 펑크팝 밴드는 여전히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음악으로 귀를 현란하게 유혹한다. 무더운 여름, 찜통 같은 더위 속에 허덕거릴 중생들을 위해 1000 킬로와트짜리 에어컨을 양 귓가에 틀어놓은 양 쨍쨍하기 그지없는 사운드의 역습은 흐리멍텅한 머리속을 말끔하게 게워내 줄 것이다. 펑크와 모던락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혹은 그 이종교배를 통해 날카롭고 공격적인 성향의 사운드를 완화시켜 자신들만의 당의정을 씌운, 신나는 그들의 간단한 계획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매번 새롭게 확! 변하지 않는 모습이 지루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고마워해야 될 부분. 앨범 제목 'Get Your Heart On!'에 걸맞게 여러 트랙에 걸쳐 두근대게 만드는 사운드의 향찬은 그저 닥치고 찬양. 진부하던 올드하던 발전하던 변신하던 심플 플랜 사운드는 질리지 않는 순수한 즐거움과 흥겨움의 총합이다. 이들 음악에 리듬 한번 타지 않은 사람은 분명 사이보그 심장을 가진 냉혈한이거나 모든 음악이 소음으로 들리는 연령대일 가능성이 높다.

    시작은 전형적인 심플 플랜 스타일이다. 만약 그대가 심플 플랜을 모른다면 'You Suck At Love'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쫀쫀한 보컬과 강력한 기타, 흥겹고 신나는 비트가 모듬으로 버무려진 기분 좋은 출발이다. 신나게 리듬 타는 건 뽀나스. 위저의 리버스 쿠오모가 피쳐링한 'Can`t Keep My Hands Off You' 역시 활력 넘치는 사운드를 뽑는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노래. 꽉 짜인 리듬과 연주, 구조가 삼위일체돼 강렬하게 심플 플랜의 에너지를 들려주고 있다. 후렴구 Can't keep my..를 절로 따라 할 정도로 신난다. 나타샤 베딩필드가 피쳐링한 세 번째 곡 'Jet Lag'은 업비트 모던락으로 달달하고 시원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시원스레 질러대는 나타샤의 보컬이 피에르 부비에의 보컬과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듀엣이 경쾌한 기타 사운드에 녹아 감미롭게 질주한다. 분위기를 달리해 잔잔한 기타로 시작하는 'Astronaut'는 서정적이고 외로운 기운이 파워풀한 일렉 기타에 폭발하며 초반의 질주감과는 다른 감성을 만들어낸다.
     
    전자음과 Yeah Yeah 외치는 훅이 결합해 청량감을 심어주는 'Loser Of The Year'는 밝은 기운과 다르게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은 노래다. 힙합 비트로 색다른 변화를 준 'Anywhere Else But Here'는 후렴구에 이르러서 스트레이트한 심플 플랜만의 색채로 변화하는 변주가 상당히 재미있는 노래다. 그루브한 비트감은 살아 있으면서도 이렇게 펑크적인 뉘앙스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그들의 확실한 지장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일렉트로의 뉘앙스를 풍기는 'Freaking Me Out' 역시 그런 변주가 재미있는 노래. 듣다보면 어느새 일렉트로는 사라지고 다시 심플 플랜 스타일로 회귀하는 편곡이 매력적이다. 그들의 파워풀한 기타와 드럼비트는 그게 어떤 장르라도 확실히 신명난다. 역시 파워풀한 즐거움에 일가견이 있는 신예 All Time Low의 보컬 알렉스 가스카스가 피쳐링해주었다. 케이난이 피쳐링한 'Summer Paradise' 역시 포크락 스타일에 랩을 차용한 독특한 장르 교배로 인상적인 사운드를 완성해낸다. 펑크나 모던락 범주에서 범어난 심플 플랜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멋진 트랙!

    그 뒤를 잇는 'Gone Too Soon'은 그들 앨범에서 드문 드문 보이는 서정적인 락발라드 넘버. 피에르 부비에의 보컬이 이런 스타일에서도 얼마나 부드러울 수 있는지 진가를 증명해낸다. 다시 펑크락으로 컴백하는 'Last One Standing'는 제프 스팅코와 세바스티앙 르페브르의 기타 연주가 일단 귀를 사로잡는 곡으로 탄탄한 연주와 함께 발산하는 에너지가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힘찬 코러스가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대미를 장식하는 'This Song Saved My Life'는 2집에 실려있던 그들의 히트작 'Welcome to my life'와 닮은 곡으로 미디엄 템포의 모던락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러나 그때보다 성숙한 필링과 진중한 호소력이 담긴 게 그들 역시 멋지게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보인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건전한 시각과 긍정적인 인생관이 느껴진다.
     
    이들의 화끈하고 감성적이며 다채로운 사운드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순간, 근심 걱정은 사라지고 삶의 에너지는 충전되며,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채 내일 뜨는 태양과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그게 심플 플랜만의 매력이고, 장점이고, 놀라움이다. 여름 바캉스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면 일단 심플 플랜으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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