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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MEN의 'The Artist'
    책|만화|음악 2011. 6. 22. 05:04

    선물 상자를 받아든 기분이었다. 작년에 발표한 싱글들이 다양한 패키지로 나왔을 때부터 이번 정규 앨범이 나오면 심상치 않겠다 싶었는데, 막상 손 안에 들리니 새삼스레 놀랍고 또 설레였다. 왠만한 CD 3장을 겹쳐놓은 듯한 부피도 부피지만, 새빨간 상자 속에 제법 두툼한 사진첩 같은 북클릿과 얌전히 위치한 CD가 차례대로 나오는 순간, 한 여름 속의 크리스마스 선물같다고나 할까. 실용성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기대감을 잔뜩 품어주는 첫인상이었다. 98년에 첫 결성돼 이제 횟수로만 10년차가 넘는 중견 그룹이 됐지만, 아직도 파릇파릇하다. 그룹 이름만 그대로인 채 맴버들이 바뀌는 프로젝트성 대물림 그룹이 되었기 때문이다. 1기를 구성하던 윤민수, 정세영, 한형희, 이정호의 네 남자도, 2006년 군문제로 윤민수가 빠지고 J1(송재원)을 기용해 재정비한 2기의 네 남자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재밌게도 2009년 3기를 꾸린 포맨은 사실 쓰리맨이다! 신용재, 영재, 김원주, 이 세 명의 보컬리스트가 전면에 나서고, 1기 멤버이자 바이브 멤버인 윤민수가 뒤로 빠져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조율했기 때문이다. 따라 기존 그룹의 색채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신선한 감각을 불어넣어 주었다.
     
    긴 시간 동안 정규앨범은 단 3장뿐이 발표하지 않은 과작의 팀이지만, 이미 1기와 2기때 쌓은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의 모임이라는 찬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파워풀한 폭발력과 허스키한 매력을 가진 용재와 매끄럽고 달달하니 감미로운 미성을 지닌 김원주, 막내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가져가는 리딩 보컬 역할을 충실히 해낸 신용재의 조화는 흩어졌다 합쳐졌다 화음과 애드립을 만들어가며 13개의 사랑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기존의 노래 잘 한다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팀 컬러를 완성해낸 데엔 물론 신 멤버들의 역량도 탁월하지만 전체적인 프로듀스를 맡은 윤민수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수록곡의 반 가까이를 작사/작곡하고, 강산이 바뀌는 시간 동안에도 팀 자체를 존속할 수 있었던 건 그의 뚝심과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앨범들과 많이 다르면 어쩌나 하는 의구심과 우려는 버려도 좋다. 멤버도 바뀌고 인원도 하나 줄어 이젠 세 명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노래를 잘 하고, 달달하다가도 죽을 것처럼 아프다고 절규하는 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R&B 장르도 유효하다. 자신있게 붙인 'The Artist'라는 앨범명이 아깝지 않다.

    5년만의 새 정규 앨범을 자축이라도 하려는 듯 'I feel so nice'라는 인트로로 포문을 연다.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트랙이지만, 포맨의 자신감을 명명백백 드러내는 맛보기로 감미로운 보이스의 협연이 시작된다. 만족스러워질려는 찰라 끝맺는 감질맛은 다음곡에 대한 기대감으로 치환되고, '수수께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자문자답을 담고 있는 달달한 닭살러브송으로, 보컬들의 탁월한 호흡과 해석력으로 가사의 미칠것 같은 닭살스러움을 그나마 가려주고 있다. 애인없는 사람들에겐 악몽과도 같을 수 있는 노래지만 지금 막 사랑하는 사람에겐 천상의 화음처럼 들리지 않을까. 최근 잘 나가는 원택이 작업한 노래다. 그 뒤를 잇는 '사랑해'는 정통 R&B 발라드로 보컬들의 저마다의 색채감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애가(愛歌)다. 강렬한 휘핑 크림 만큼이나 부드러운 화음과 애드립이 일품인 노래로, 사랑해 라는 가사가 중첩되며 만들어내는 울림과 I can show you my everything의 후렴구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청아하고 감성적인 신예 가수 美가 피쳐링한 '짝사랑'은 제목처럼 소통되지 못하는 애뜻한 심정을 담아낸 슬픈 가사와 호소력 넘치는 보컬이 어우러지며 구구절절한 심정을 먹먹하게 담아낸 곡이다. 비록 美의 피쳐링 분량은 적지만 잔잔한 파고를 남기는 역할은 톡톡히 해낸다.
     
    최근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는 본 앨범의 타이틀곡 '살다가 한번쯤'은 윤민수의 장기가 드러나는 전형적인 바이브 혹은 포맨 스타일의 노래다. 드라마틱한 구조와 후렴구에서 폭발하는 보컬들의 파워가 짙은 울림을 안겨준다. 살다가 문득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전 애인에 대한 감정이 꾹꾹 담겨있는 궁상맞은 심리가 이처럼 처연하고 멋드러지게 표현된 건 정말 보컬들의 해석력이 소위 '쩔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분위기를 달리해 오아시스 같은 연인에 대한 달달한 심정을 담아낸 'Oasis'는 최근 작곡가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라도와 원택이 작업하고 또 직접 피쳐링도 해준 곡으로 힙합 라인을 살린 반복적인 모티베이션이 점층적으로 고조시킨다. 최근 다소 유치한 가사로 타격 받았던 휘성이 참여한 가사를 눈여겨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멤버 신용재가 직접 작곡한 '안되는데'는 서정적인 느낌의 발라드로 스트링의 참여로 보다 풍성한 감정을 폭풍처럼 토로하는 곡이다. 절규에 가까운 애절함이 후반부에 오버드라이브 걸리며 절절하게 쏟아내는 파워풀한 세 명의 조화가 그야말로 소름 돋게 만든다. 전 트랙이 호소였다면 이번엔 체념에 가까운 심정을 쏟아내는 '떠나가버려'는 이별에 대한 아픔과 슬픔을 괴롭게 호소하고 있다. 역시나 신용재의 작곡 솜씨와 풍성한 스트링이 조화돼 만들어내는 감성은 절절하니 보컬들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만 너무 비슷한 색채감의 노래가 이어진 건 아닌가 싶어 트랙 편성이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심정을 달콤하게 그려낸 '상사병'은 그간의 침전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달콤한 러브송. 짧지만 반복적인 후렴구를 통해 노래에 브릿지를 주는 콩닥콩닥 같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런 부분은 뒤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며 그들의 감성을 더욱 세밀하게 표현해준다. 수제 초콜릿을 한꺼번에 입에 털어넣었을 때처럼 머리가 찌릿할 정도로 달달하다. '내 여친'은 천사같은 그녀에 대한 온갖 사탕발림을 하는 감미로운 노래로 싱글들에겐 꽤나 자극적으로 다가올 만큼 강력한 염장송이다. 내 여친이란 단어로 묘한 운율감을 만드는 윤민수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힘을 빼고 편안히 운율감을 살리며 부르는 보컬들의 화음이 양털 배개를 베고 누운 듯 보드랍기 그지 없다. 이건 솜사탕 노래도 아니고 마구 녹는다 녹아. 그 뒤를 잇는 'I do (살아는 볼게)'는 헤어진 후의 아픔을 일상적으로 표현한 가사와 드라마틱한 구조가 만나 상당히 대중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곡이다. 후렴구 'I do'를 반복하며 각 보컬들의 다채로운 특색을 살리는 후렴구의 역할 분담이 곡의 감흥을 더해준다. 준타이틀곡으로 밀어보고 싶은 노래. 'Never leave you'는 윤민수나 신용재가 아닌 김영재가 작곡한 곡으로 절대 떠나지 않을거라 다짐하는 연인의 언약을 담고있다. 전반부의 잔잔함과 달리 후반에 이르러 감정의 진실함을 폭발하는 대비가 매우 강렬하다.
     
    '살다가 한번쯤'과 '사랑해'의 MR버전을 제외하곤 실질적인 마지막곡인 '잊지못해'는 나름한 기타 소리와 함께 감정의 메마른 전달만이 남은 듯한 간결한 가사가 계속 반복되며 고조되어가는 진행이 처연하게 다가오는 노래다. 부유하는 듯한 감정들이 쌓여 만들어낸 화음이 환상적이고, 짙은 잔상을 남기며, 동시에 아련하게 귓가에서 점점 더 증폭되어간다. 엔딩으로 손색없는 잔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운을 던진다. 작년 한해 싱글들을 통해 화음과 팀웍을 맞춰온 포맨이 이 앨범, 13개의 노래로 5년만에 화려하게 복귀 신고를 알린다. 새로운 위용을 갖춘 멤버들의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도 매우 좋고, 더욱이 윤민수에게만 기대지 않고 멤버들의 자작곡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온갖 예능이 난무하고 서바이벌된 가요판에서 진정한 가수이자 보컬 그룹으로 부디 오래오래 팀을 유지했으면 싶다. 앨범 발표 텀이 짧으면 더더욱 좋고. 지난 13년간 3장은 너무나도 과묵한 행보였다. 2주에 한 번 전설들이 노래하는 나가수에도 만족 못하는 대중이 아니던가. 벌써부터 다음 앨범 재촉하는 심정, 앙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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