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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샤벳의 'Supa Dupa Diva'
    책|만화|음악 2011. 3. 1. 07:07

    아이돌의 홍수다. 대란이고 전쟁이다. 총칼만 안들었다 뿐이지 각 회사별 사운(?)을 걸고 조직된 그룹들 속 멤버들은 연예계란 전장에서 싸우는 소년소녀 분대병과 같다. 얼마나 완성도 있게 훈련되었는가, 기본 스펙(예를 들어 외모와 신체 조건, 가창력 등과 같은)은 어떤가, 후방 지원은 빠방한가, 타켓층의 목표(혹은 팬덤의 지원)는 확실한가에 따라 갈리는 이 치열한 양상의 승패는 국내 가요계를 넘어 일본을 비롯한 범국제적인 조류로까지 확산되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이런 붐은 항상 존재해왔다. 그리고 유대경전 말씀처럼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문제는 시장이 만들어낸 유행 속 풍전등화와 같은 이들의 운명이다. 살아남아 1%의 전설이 되거나, 피멍이 든 가슴을 안고 기억 저 멀리 사라지는 대다수의 패잔병이 되는 건 기획이 할 수 없는 신의 한 수다. 자기의 꿈과 젊음을 담보 삼아 춤과 노래, 예능을 불태우는 아이돌은 그래서 무모하고 안타깝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황홀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 또 하나의 걸그룹이 그런 아이돌의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활동 전부터 이트라이브(E-Tribe)가 키우는 신인이라 한참 주목받더니, 활동할 땐 그룹 이름과 관련된 논쟁으로 다시 이슈화된 달샤벳이 그들! 마치 포토샵으로 수정한 것 같은 늘씬한 각선미를 앞세운 6명의 소녀들은 스무살 안팎의 싱그러운 젊음을 무기로 풋풋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이런 상큼발랄한 첫 인상과 달리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열정적인 댄스로 중무장한 이질적인 면모가 베이글녀, 꿀벅지 등에 열광하는 세태에 더 잘 어필된 건 아닌가 싶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효리, 세븐, 손담비와 이정현, 소녀시대, 슈퍼쥬니어, 포맨 그리고 박명수를 통해 히트곡메이커로 등극한 이트라이브의 전공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앨범은 다소 기괴하기까지 했던 티아라의 노래보단 덜하지만 여전히 휘몰아치듯 달려가는 강력한 템포와 파워풀한 비트, 반복적인 요소로 귀와 뇌를 현혹시킨다. 비키, 세리, 지율, 아영, 가은, 수빈의 여섯 멤버들의 매력보단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만드는 이트라이브의 치명적이고 중독적인 마수가 더욱 강하다는 거.


    '달콤한 샤벳'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Bigtone의 주문 같은 랩이 싸이렌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첫 번째 트랙의 'Dal★shabet'은 자신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일종의 출정가다. 가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소 혼동스럽긴 하지만 상큼한 걸그룹에게선 생각치 못한 빠르고 거센 힙합 사운드에 랩핑, '교실 이데아'가 떠오를 법한 친숙한 플로우, 그룹명을 이용한 펀치라인 등은 2분간의 짧은 연주에도 제법 흥미로운 요소들이 감지되는 인트로다.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이 이들의 타이틀곡 'Supa Dupa Diva'로 나름 차트에서 선방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보기만 해도 관절이 시큰거리는 격렬한 안무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이트라이브의 주특기가 발휘되는 후크송이자 발랄한 펑키 댄스 사운드로 강렬한 비트에 파스처럼 철썩 들어붙어 입에서 안 떨어지는 '슈파 듀파 디바'라는 주문이 아주 무시무시하다. 운율과 후렴구 훅에 재미를 붙인 상업적인 심미안에 그저 찬탄을.
     
    '매력덩어리 덩어리 So Hot Hot 널 뚫고 들어가 들어가 거기서 발사!'라는 닭살 가사로 시작하는 세 번째 트랙의 '매력덩어리'는 전형적인 팝 댄스곡. 멤버들의 특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밋밋한 진행과 손발이 절로 오그라드는 가사는 많이 아쉽지만, 일단 이것에 적응하기만 하면 이트라이브만의 중독성이 강한 구간 반복과 현란하고 과도한 일렉 사운드 어택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키치적인 풍취는 제법 즐길만 하다. 레게 리듬을 가져와 댄스로 풀어낸 네 번째 트랙 'Oh! Wow!'는 수록곡 중 가장 소녀 취향의 달달함이 잘 표현된 슈가 팝. 사랑에 대한 설레임과 부끄러움, 그 복잡미묘한 감정을 일차원적인 가사로 풀어낸 단순무식함이 조금 걸리지만, Koonta의 피쳐링이나 '뿌-' 외치는 리액션, 랩과 오토튠 등을 동원한 변주들이 의외로 듣는 묘미를 안긴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은 타이틀 곡 'Supa Dupa Diva'의 MR 버전. 이렇게 따로 들으니 상당히 뮤지컬 넘버스럽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선 걸그룹 '달샤벳'은 이 짧은 15분간의 4곡으로 자신들만의 매력과 장점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다. 히트곡 메이커란 수식어에 빛나는 이트라이브의 프로듀싱에 전적으로 기대있고, 늘씬한 기럭지와 화려한 외모을 강조한 화보같은 미니 앨범의 구성도 다른 아이돌과 차별성을 주기엔 미약할 뿐. 허나 그 어렵다는 대중들의 관심을 일단 얻는데 성공했으니, 비상을 꿈꾸며 정상으로 도약하는 건 그녀들의 몫이다. 열심히 부르고, 춤 추고, 예능 혼을 불 태워라. 부디 이 험한 '대한민국 아이돌 2차 대전'에서 살아남길 빌어본다.
     
    그나저나 친필 싸인판이라니.. 아이돌 삼촌팬은 목이 멘다. 감격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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