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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키네 겐지의 '클릭 클릭! 클릭으로 세상을 바꾸다'
    책|만화|음악 2010. 12. 15. 19:52

    유난히도 추운 겨울날. 졸업을 앞둔 많은 젊은이들은 취직의 온도를 실감하고 옷깃을 여미었을 거다. 몇 해 전부터 88만원 세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쥔 이 시대의 기린아들은 꿈을 접은 채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다. 자신의 안위가 그 어떠한 대의명분보다 중요한 세상. 이념이 사라지자 그 빈 공간을 파고든 건 사랑도 평화도 희망도 아닌 지극히 냉랭한 사회의 경쟁이었다. 더 좋은 스펙을 찾아 움직이고, 더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과 동지가 바뀌는, 이 모든 것이 112.4:1의 9급 공무원 고시같은 치열한 삶 속에서 꿈은 더 이상 멋지고 낭만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패기가 치기로, 열정이 무모함으로 인식되는 지금 꿈꾸는 자들의 반란은 거의 다 진압되었다.

    남들처럼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고, 무사안일 6시 칼퇴근 공무원이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 된 현실에서 신화창조의 비밀을 담은 영웅담은 자취를 감추었다. 같은 인강을 듣고, 같은 정석을 가르치며, 비슷한 목표치를 세우고, 획일적인 성공을 제시하는 사회가 문득 두렵다. 낙오되지 않기 위해 실패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서 무수히 지워나가는 그들은 진정 안드로이드가 꾸는 전기양의 꿈만큼이나 건조한 희망을 품고 있지 않을까.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진풍경인 셈이다. 그러나 실패는 무서운 것이 아니다. 진짜 무서운 건 실패하지 않겠다는 그 다짐이다. 어떠한 아픔도 고통도 수반하지 않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상처를 주고 만든다.


    이 얇디 얇은 책은 세키네 겐지 자신의 삶을 통해 당신의 꿈을 묻는다. 그저 와인을 좋아해 이와 관련된 회사에 다니겠다 생각한 한없이 긍정적이고 평범한 젊은이가 어떻게 실패를 극복하고 어떤 인연을 거쳐 꿈을 꾸며 행동하게 되었는가 담담하니 고백하고 있다. 그 속을 내내 관통하고 있는 'What is Your Dream?'의 무게감은 얇은 두께에 비해 전혀 가볍지 않다. 천진난만하게 놀다가도 폭탄 기술자가 되어 가능한 한 많은 적을 죽이고 싶다고 대답한 팔레스타인 소년의 말처럼이나! 그 막연한 문화 충격이 확신을 거쳐 일생의 원대한 목표로 바꾸어지기까지 긴 시간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꿈을 드라마틱하게 실천해냈다. 지금 같은 세상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이 소중하다. 그렇게 실패할 수 있는 행동이 소중하다. 그렇게 만든 인연을 기억하고 보듬는 마음이 소중하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진심이 소중하다.

    행동하는 젊음은 아름답다. 나조차도 망각하고 있던 이 작은 사실을 일캐워진 세키네 겐지의 무모하지만 소신있는 열정에, 그 작지만 강력한 행동에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은 그 실천에 대한 아름다운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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