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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
    책|만화|음악 2009. 12. 7. 23:23

    1300 페이지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 시공간을 뒤흔드는 구조, 그리고 복합적인 서술의 혼용은 확실히 이전의 슬림하게 잘 빠진 퍼즐북 느낌의 관 시리즈와 다르다.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 수수께끼의 건축물, 밀실 미스터리에 인간의 검은 욕망이 결합된 특유의 형식은 여전하지만, 암흑관은 보다 이 시리즈 자체의 근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따라 배경은 두터워지고, 서술은 산만하며, 트릭이 약해진 게 사실. 더욱이 총정리 및 앞으로의 예습격인 뉘앙스라 관 시리즈를 전혀 모른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 십각관과 시계관을 제외한 나머지 관 시리즈는 절판!)
     
    그럼에도 막판에 펼쳐지는 그 오랜 기다림의 끝엔 달콤한 열매가 있으리라. 일본 특유의 복잡하고 그로테스크한 일족 문화와 동서양을 아우르는 호러적인 터치, 불사와 영생, 기형과 종교가 맞물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와 애증의 집념은 퇴폐적인 미학이라 불러도 섭섭치 않을 무언가 찝찝한 뒷맛을 오래 안긴다. 일본 미스터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기묘한 맛이랄까. 읽는 모든 이에게 달리아의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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