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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대민의 '그림자 살인'
    영화|애니|TV 2009. 4. 7. 23:59

    일제 식민지 치하라고 달랐겠는가.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다 비슷하기 마련인데. 독립만세 외에도 먹고 자고 살기 급급했던 시절. 마누라 도망가고, 떼인 돈 갚아드리는 약삭빠른 사내 하나쯤은 경성 종로 바닥을 헤집고 다니지 않았을까. 이런 심부름 센터 설정에 일제강점기판 홈즈와 와트슨 관계를 믹스시킨 [그림자 살인]은 풍부한 볼거리와 다양한 오마주, 그리고 욕심 많은 장르적 색채로 가득한 데뷔작이다. [모던보이]나 [놈놈놈], [다찌마와 리 극장판]보다 먼저 쓰여졌음에도 가장 늦게 개봉되는 탓에 비록 김 빠지는 감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만듦새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탐정 이야기인데 미스테리가 빈약하다는 점, 스릴러와 코믹을 오가는 장르적 교차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 독특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을 전혀 사용할 줄 모른채 낭비하고 있다는 점,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공력이나 영화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핸드헬드가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 등 데뷔감독들이 넘치는 의욕과 과도한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흔히들 걸리는 소화불량에 역시 시달리고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재료들은 좋은데, 나온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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