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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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속 별들의 고향'영화|애니|TV 2009. 3. 10. 23:07
전작이 경아를 중심으로 부조리한 현실과 남성중심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속편은 경아가 마지막으로 만난 남자 문오(신성일)로 시선을 돌려 애뜻한 순애보와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상투적이면서 도식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건 물론 하길종 영화 중 가장 상업적인 아이템을 취했지만, 평범하고 밋밋하다. 그만의 비판적인 의식과 상징성은 사라지고, 피폐한 예술가의 자조 어린 한숨과 자학만이 느껴진다. 특히나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문오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는 듯 굉장히 자기독백적이여서 가슴 아프다. 상업적인 작품을 만들면서도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똑바로 견지한 그의 상실과 시련이 진하게 느껴진다. 영화가 슬프기보단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더 슬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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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여자를 찾습니다'영화|애니|TV 2009. 3. 9. 05:48
어떻게 보면 상투적인 도덕극이자 계몽영화스럽기도 한 이 독특한 풍자극은 섹스와 여성, 이농 현상과 도시화를 화두로 관음적이고도 억압된 욕망과 허상을 판타지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나레이션이 깔리고 진일보된 몽타주와 옵티컬 효과로 보다 대중화된 화법을 구사하는데, 이는 새로운 영화의 등장을 주장하던 영상시대의 목소리가 담겼기 때문이었으리라. [화분]과 [수절]에서 보이던 작가적 자의식은 얕아지고, [바보들의 행진]에서 수확한 상업적인 접근법으로 보다 가볍고 명료한 영화를 선보였으나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같이 영상시대를 결성한 [별들의 고향]의 이장호나 [영자의 전성시대]의 김호선이 선보인 70년대 호스티스 영화들과 달리 여성을 일방적인 지고지순의 희생자로 그리기보단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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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 + 장기하와 얼굴들영화|애니|TV 2009. 3. 5. 23:59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가 과거지향적인 시선으로 젊음을 반추하고 재생해 흥행과 비평을 거머줬다면, 비슷한 시기 같은 학교 1년 선배이기도 했던 하길종은 [바보들의 행진]을 통해 현재진행형의 생기 넘치는 젊음을 담아내 성공했다. 스스로 겁쟁이에 바보 쪼다라고 되네이는 영화이지만, 만드는 이 만큼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거침없는 이들의 당당한 행진이었다. 지금 보면 다소 낯간지럽고 유치한 70년대 감성임에도 진지한 젊음에 대한 성찰과 고민으로 알량한 외피를 가볍게 날려버린다. 자조와 불안, 니힐리즘으로 가득찬 몽상가의 시대적 아픔이 느껴져 슬프기도 하고. 유약한 듯 하면서 강인한 목소리를 지닌 이 영화의 야누스적인 면모는 독재정부로 하여금 검열의 가위질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록 망신창이 누더기가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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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화분'영화|애니|TV 2009. 3. 3. 23:58
젊음과 부(富), 사랑이라는 다양한 욕망을 푸른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하길종의 눈부신 데뷔작. 초반 동성애적인 담론을 풀어내는 솜씨에선 이미 유하 감독의 [쌍화점]을 앞지르며, 후반으로 갈수록 대담한 점프와 생략, 그리고 사운드의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형이상학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작가주의 관점엔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계급주의와 자본주의의 끝없는 욕망은 역설적으로 부조리와 희망이란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새로운 끝에서 관조자처럼 현실을 응시하는 하명중의 파릇파릇 피어나는 조각 같은 외모는 영화를 더욱 모호하고 신비스럽게 감싼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데뷔작인 만큼 85%를 찍었다 다시 재촬영한 작품인데(자세한 사연은 여기로), 이번 추모전에선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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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병사의 제전'영화|애니|TV 2009. 3. 1. 23:48
소문만 무성했던 전설의 그 영화. 국내 최초 공개란 타이틀에 걸맞게 영상자료원에 그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주로 평일 낮에만 이용하는 터라 그랬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운드 복원이 덜 끝나 어떤 내용인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찬 상당히 실험적이고도 난해한 작품이었다. 죽음과 삶, 동서양의 조화, 성과 금욕적인 시선을 넘나들며 풍부한 메타포와 이미지의 충돌을 담고 있지만, 빼어난 영상미와 충격적인 화두를 기대하는 건 무리. 단지 젊은 패기와 열정이 느껴지는 강한 생동감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진정한 힘이 아니었던가 싶다. 지금은 그의 부재로 이 불완전한 영화에서 온전한 의도를 전달 받을 순 없겠지만, 원체 영화에서 설명이란 불필요한 것.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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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수절'영화|애니|TV 2009. 2. 28. 23:38
전통적인 한국 호러 영화의 틀로 풀어내는 [수절]은 그런 상업적인 기운 가운데 숨어있는 감독의 실험성과 상징성 그리고 다양한 메타포를 발견해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귀신 영화인 동시에 복수극이며, 무협 영화의 기질을 담고 있는 퓨전적인 성향도 대단하지만, 시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강렬한 타이틀과 유영길의 촬영, 명장 황병기의 음악을 강렬하게 배치한 사운드 등 기술적인 완성도가 인상적이고, 호러 영화 특유의 반골적인 시대정신으로 유신정권을 까대는 대담한 비판적인 의식 또한 박수 받아 마땅하다. 과감한 테크닉과 거침없는 목소리를 가진, 그 시대 정말 용감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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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화, 김청기의 '바이오 맨'영화|애니|TV 2009. 1. 16. 00:26
기가 테라 시대에 고작 8메가 디램의 설계도를 찾으러 동남아 일대를 싸돌아다니는 싸이보그 박중훈의 젊은 나날이 대략 난감, 안습의 퍼레이드지만, 그랬기에 인터넷 강국도, 오늘날의 라디오 스타도 가능했다 믿기에 이 영화의 가치를 애써 낮게 평가하지 않으련다. 사실 제목에선 약간의 일본 전대물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지만, 내용은 거의 조악한 람보 수준이다. 전선 몇 가닥과 트랜지스터 기판 몇 개로 싸이보그를 표현하는 과감한 생략과 심플함에 박수를! 근데 능력치에 대한 설명이 전무. 단지 죽었다 살아나서 '맨' 칭호를 부여 받은 건가? -_-aa 기술적 완성도를 떠나 허술한 각본과 연기, 연출 삼박자가 어우러져 희대의 괴작을 탄생시켰다. 보고 있으면 눈물을 참을 수 없을 정도. 그럼에도 박중훈과 베트남 참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