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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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대괴수 용가리'영화|애니|TV 2009. 5. 25. 20:28
일본 특촬물의 기술력이 더해졌다 해도 엄연히 한국식 괴수물의 시작을 알린 '용가리'의 존재는 지금껏 독보적이다. 뛰어난 미니어쳐와 남정임이나 이순재 같은 배우의 좋은 연기, 전형적인 괴수물에 충실한 각본 외에도 판문점에서 등장하는 용가리의 설정은 반공 영화로서의 문법을 세련된 방향으로 치환해내는데, 단순히 싸워야 할 주적으로만 그 존재를 몰아가는 게 아니라 공생해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단 점에서 [똘이장군] 류의 함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트위스트 버전으로 편곡된 아리랑에 춤을 추는 용가리나 광화문, 남대문 등 지리적 요인을 잘 살린 견고한 특효의 기운 등 한국 고유의 엔터테인먼트를 부각시켰다는 데도 의의가 크다. 10여년 전 하이텔 SF 소모임에서 [킹콩의 대역습]과 [우주괴인 왕마귀]와 함께 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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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랜턴쇼.영화|애니|TV 2009. 5. 20. 18:02
시꺼먼 어둠 속, 하나의 빛이 시공간을 넘어 내 앞에 흐르면 언제나 가슴 속 깊이 울리던 꿈 하나가 현실로 비집고 새어나온다. 악몽인지 환상인지 모를 이 신비로운 고전은 구수하며 장난스런 노인의 목소리와 하나 되어 현실이 되는데, 그렇게 매직랜턴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눈 앞에서 춤을 추면 귀신에 홀리듯 멍청하게 울고 웃으며 반응한다. 주적주적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영상자료원 이전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열린 일본 전통의 우츠시에는 원리는 간단하지만, 초기 영화적 경험을 실제로 체험케하며 놀라운 황홀감을 선사한다. 비록 사정상 2명뿐이 참여 못해 긴 이야기를 시연하진 못했지만, 짧고 인상적인 비주얼은 그 시각적 쾌감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간적인가를 뇌리에 남긴다. 무성 영화와 변사 그리고 그 위에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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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진의 '청춘극장'영화|애니|TV 2009. 5. 14. 23:41
올해는 한국의 에드거 앨런 포이자 에도가와 란포, 김내성의 탄생 100주기. 물론 이를 위해 뽑힌 건 아니겠지만, 시네마테크 개관 1주기를 맞아 상영된 [청춘극장]은 그의 후기작 중 하나이자 탐정소설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통속극이다. 무려 59년, 67년, 75년에 걸쳐 세 차례나 영화화 됐을 정도. 이번에 상영된 건 67년 강대진 감독 버전인데, 그해 흥행 탑이자 60년대 전체 흥행 수익 9위에 랭크된 유명세에 비해 프린트의 조악한 화질 상태와 중국어로 더빙된 심각한 수준의 음질은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TV 주말연속극의 원형으로 봐도 좋을 만큼 신파의 본질을 보여주는 구조와 캐릭터, 신성일과 윤정희, 이낙훈 등 매력적인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은 과연 60~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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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의 '마유미'영화|애니|TV 2009. 4. 21. 23:59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는 신상옥의 [마유미]는 괴상한 작품이다. 만들어질 당시에도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는 그의 의도가 또는 항변이 담겨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 죽음으로 속죄하겠다던 김현희가 한달 전 공식석상에 나와 기자회견을 한 행태에 비춰봤을 때 더더욱 더 묘한 아이러니를 갖는다. 기록영화와 반공영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신파 드라마의 외피를 두른 만듦새는 60년대를 주름잡았던 거장의 것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조악한 효과와 빈약한 내러티브를 떠나 선동/선전의 뉘앙스를 짙게 풍기는 영화 자체의 낡음이 고인들에 대한 예우와 넋마저 달래주지 못해 안타깝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해도 만든이의 진실만큼은 우리 곁에 있어야 했다. 폴 그린그래스의 [플라이트 93]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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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포학례의 '마영정'영화|애니|TV 2009. 3. 29. 23:24
장철의 '대부'이자 '좋은 친구들'인 [마영정]은 '액숀'의 탈을 쓴 갱스터다. 시골에서 상경한 싸나이가 어떻게 짱이 되어 성공하고, 망해가는가에 대해 짧지만 신명나게 담아내고 있다. 비록 갱스터 특유의 사회분석적이고 개인성찰적인 드라마와 입체감 넘치는 캐릭터는 부족하지만, 매 단계별 진화하는 액션 시퀀스와 아이디어 만큼은 놀랍도록 신선하고 뛰어나다. 그 넘치는 박력과 비장미, 그리고 눈부신 피칠갑의 삼박자 향연은 정말 '장철'이라는 이름표를 길이길이 아로새길 듯. 마지막에 10분이 넘어가는 (정말 말 그대로의) 일당백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 너무나도 붉은, 붉은 그 피가 철철 흐르며 도끼 박힌 채로 모든 악당을 상대하는 마영정의 처절한 사투는 장철 액션에 아주 방점을 찍는다. 아드레날린 마구 분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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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의 '흑객'영화|애니|TV 2009. 3. 27. 23:36
선굵고 호쾌한 액숀과 갓 따낸 새빨간 앵두 같은 핏물로 대표(?)되는 장철의 영화는 비주얼만큼이나 강렬한 맛이 있다. 들쑥날쑥한 작품의 편차와 상업성에 치중한 구조에 다소 실망스럽다가도 다 보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그런 묘한 중독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싸나이 가슴 속에 깊이 꿈틀대는 정의감과 용맹을 시험하는 듯한 그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은 수컷의 본능을 힘껏 자극한다. 장철은 땀 냄새 짙게 배인 테스토스테론의 멋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들이 필름으로 상영된다기에 귀찮은 몸을 이끌고 영상자료원에 갔다왔다. 오랜만에 남성 호르몬 좀 풍부하게 공급 받고자. [권격]의 후속편이자 한국과 합작영화인 [흑객]이 그 신호탄. 끝에 2~3분 정도가 유실되고, 중간에 한 릴 정도가 급격하게 화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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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병태와 영자'영화|애니|TV 2009. 3. 12. 19:36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젊은이들의 고충은. 결혼을 앞두고 사회로 나서는 그들은 자신만의 예쁜 고래는 덮어두고 현실이란 차거운 망망대해와 마주한다. 어떻게 노 저어 갈지, 누굴 태워 갈지, 그리고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넘실대는 파도와 곧 닥칠 시련의 폭풍우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그런 의미에서 씁쓸하고 가녀린 젊은 날의 초상을 담았던 [바보들의 행진] 이후 4년만에 돌아온 속편 [병태와 영자]는 씩씩하다. 여전히 고민도 하고 흔들리지만, 전에 없이 행동하고 움직인다. 그것이 젊음이라는 듯, 그것이 진짜 바보라는 듯, 고뇌하던 지성과 양심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방향을 찾아 좌충우돌 힘차게 행진한다. 이 영화는 그 다짐의 표출이자 맹세고, 지장이자 선언과도 같다. 비록 유작이 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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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한네의 승천'영화|애니|TV 2009. 3. 11. 23:58
굴곡진 우리네 인생을 진지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포착해낸 하길종 최고의 걸작! 되풀이되는 비극적 운명과 우리나라 고유의 한(恨)이란 정서를 함축적으로 드러낸 시나리오, 완급을 조절해가며 대중적인 화법을 통해 상징적인 메타포와 미장센을 구축해가는 연출력, 주조연할 것없이 팍 꽂히는 강렬한 연기. 이 삼박자가 효과적으로 맞물리며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한 시대극을 완성해냈다. 광기와 욕망, 애증이 교차하는 작은 마을의 수난기는 한국의 복잡다난한 상황을 담아내듯 의미심장하며, 제사 의식과 그 과정을 통해 토속적인 샤머니즘 색채를 작품 전반에 강하게 부각시킨 유영길의 뛰어난 카메라와 김영동의 처연한 음악은 한국적인 미의 극치를 이룬다. 80년대 충무로에 그가 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