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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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가 끝나고 난 후.잡담 2012. 3. 14. 14:05
언제부턴가 나라는 사람을 코스프레하기 시작했다. 본질은 어디론가 휙 증발해버린 채 형에게 물려받은 외투를 걸친 어린 내 모습처럼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럽지 못한 움직임, 꾸밈이 느껴지는 말투, 굳어버린 미소와 예전같지 않은 낯가리는 글발까지. 마리오네뜨 인형처럼 삐걱거리는 리듬과 엉성한 템포로 나라는 사람을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다. 허울 좋은 허상뿐, 진심은 무엇이었는지 이제 잊어버렸다. 왜 그리 살아온 걸까.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옷을 벗어던진 요즘 부쩍 공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