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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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의 '전우치'영화|애니|TV 2009. 12. 23. 23:59
신인 감독이 만든 [전우치]가 이 정도라면 선방했다 치하하고 넘어가겠지만, 기대란 기대는 잔뜩 부풀려놓은 최동훈이 만든 만큼 신명나게 까야겠다. 쟁쟁한 올스타 캐스팅으로 '21세기 슈퍼 홍길동'을 부활시켜 놓은 희대의 B짜 정신에는 경탄해 마지않지만, 그 외 산만한 내러티브와 멀미나다 못해 알아볼 수 없는 촬영, 임팩트 없는 비주얼의 향찬을 벌린 대가로 100억은 너무 참혹하다. 그의 특기였던 대사빨이나 생생한 캐릭터 하나 건지지 못한 채 피식거리는 잔재미로만 두 시간을 연명해간다. 관객들도 도술에 취해 재미있게 봐주길 바랬다면 오산. 차라리 이들을 데리고 같은 제작비로 [타짜 2]를 찍는 게 나을 뻔 했다. 아님 남기남이나 김청기 감독에게 일평생 슈퍼 홍길동 속편을 찍게 해주던가. 키비주얼과 상상력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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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쌍화점'영화|애니|TV 2009. 1. 19. 23:37
도식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많이 반복되어 왔고, 그만큼 인기를 얻어왔다는 것이라, 그만큼 식상해지기 쉽기 때문에. 따라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잘 풀기 위해선 나름 기술이 필요하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연출, 편집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이 복합적이고도 미묘한 리듬과 템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하 감독은 데뷔작에서부터 먼 길을 돌아 그 방법을 터득했다.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드는 내공 만큼은 출중하다. 사극이라서가 아니라, 노출 때문이 아니라, 멜로드라마기 때문에 관객에게 먹혀드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했다. '쌍화점'에서 중요한 건 인물 간 감정의 소통이다. 문제는 길이다. 배분과 욕심 사이의 황금비를 찾는 일. 타이트하고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