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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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의 '이말년 씨리즈'책|만화|음악 2009. 12. 4. 23:47
과거 고우영 화백이 떠오를 만한 호쾌한 달필의 그림체지만 그 특유의 퓨전적이고 여유로운 유머는 온데간데 없다. 대신 온갖 생뚱맞은 패러디와 때론 어이없는 4차원 개그, 상식을 벗어난 구조들이 가득하다. 이말년 씨리즈, 요새 '생활의 참견'과 함께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웹툰이다. 다음이나 네이버가 아닌 야후라는 마이너에서 꽃 피운 그 상상초월의 세계관은 기존에 알고 있던 팬시하고 쉬크한 웹툰의 상식을 철저하게 밟아버린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일갈이라도 하듯이. 메가쇼킹의 화려한 말빨도, 최훈이나 원사운드의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한 유머도, 강도하의 아름다운 그림체나 감성도, 강풀의 스토리도 없지만, 이말년은 키치적이고 원초적인 쾌감과 블랙 유머의 쓸쓸한 감질맛이 진하게 베어있다. 정제되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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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 '프로야구 카툰'책|만화|음악 2008. 9. 30. 23:56
야구 좋아하는 사람은 다 안다. 최훈! 아름다운 그림체와 영리한 스토리 따윈 던져버려. 그 따위 것 없이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식견을 바탕으로 화려한 비유와 은유, 기가 막힌 패러디와 상상력을 구사해 보는 이를 넉다운 시키는 그는 진정 천재다. 재기발랄한 고품격 하이 유머에서부터 막장 삼류 개그 판타지 패러디를 작열하는 썰렁 코미디까지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그의 센스는 가히 스포츠 카툰계의 스필버그급!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야구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그의 진가는 두드러진다. MBL 카툰부터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국내 프로야구 카툰에 이르러선 화룡점정. 각 구단별 마스코트들을 SD 아이콘화시킨 감각도 뛰어나고, 영화, 음악, 만화, 시사, 상식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전천후 개그 본능이 그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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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의 '생활의 참견'책|만화|음악 2008. 4. 25. 16:15
비록 지금 연재되는 건 재방송 성격이 짙긴 하지만, 근래 가장 버닝 중인 카툰을 뽑으라 한다면 주저없이 김양수의 [생활의 참견]을 뽑겠다. 조석의 일상다반사와 메가쇼킹의 언어유희가 적절히 섞여 광수생각 느낌의 알록달록 팬시 카툰으로 버무린 이 만화는 정말 쥑인다. 복고지향적인 정서를 함유하고 있고, 페이퍼 시절의 그를 안다면 더욱 좋겠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웃음은 세대불문, 성별무관, 만국공통이니까. 쪽팔리고, 당황스럽고, 안타까움에 몸부림 치던 그 시절이지만, 지나고 나면 인생은 한 편의 코미디라는 걸 깨닫게 된다. 두고두고 음미하며 즐거워하는 거지. [생활의 참견]은 그걸 손쉽게 환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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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의 '도자기'책|만화|음악 2007. 7. 10. 01:56
요즘 웹툰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보는 건 단연코 호연의 '도자기'다. 놀랄만큼 섬세한 감수성에, 폐부를 찌르는 유머, 철저히 한국化된 소재, 그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자극적이고 스피디한 다른 웹툰과 달리 오랜기간 그 여운이 남는다. 작위적이지 않고 생활화된 소재들이 전문화된 지식과 독특한 상상력을 만나 한국 고미술의 멋과 풍류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고나 할까. 마치 장 자크 상뻬의 '꼬마 니콜라'를 연상케 하는 귀엽고도 인상적인 그림투가 주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 신문수나 길창덕 선생님의 만화의 생각나게 할 만큼 심플한 선으로 만들어낸 그림체가 아름답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봐야 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