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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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최악'책|만화|음악 2010. 7. 30. 18:42
폭염주의보까지 발표되는 한 여름, 에어컨도 없는 찜통 같은 방안에서 끈쩍거리는 침대 위에 누워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암만 [폴링다운]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거기선 마이클 더글라스가 폭발이라도 했지, 이건 주인공 세 명에게 교대로 닥치는 최악의 상황이 그저 끔찍하고 잔인하기만 하다. 그나마 완전히 비극적 결말로 치닫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을 뿐, 짜증 폭발에 불쾌지수 만땅 심어주는 이 가학적인(?) 성향의 소설은 상상 이상의 피곤함과 극심한 현실무력감을 선사했다. 현실이 다 그렇지 뭐. 그런 투덜거림과 함께. 그간 내가 알던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아니기에...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으엉?) 이 여름 진짜 최악으로 치닫고 싶다면 펼쳐라. 이열치열의 묘미를 선사할듯.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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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책|만화|음악 2008. 8. 17. 17:32
이 사회에서 이념을 이야기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상과 신념으로 점철된 자신의 행동 강령과 믿음을 남발하고 강요해온 과거사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그 이전에도 수차례 반복되어온 반목의 역사가 증명해온 결과론적인 사건들 때문이기도 하다. 풍자와 아이러니가 그대로 현실이 돼 삶의 굴레로 작용한 우리네 굴곡진 일생에서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낼 여유보다 눈물과 한으로 똘똘 뭉쳐 가슴을 찌르는 아픔으로 다가온 경우가 더 많았기에. 초등학생 화자를 내세워 폭력과 이념, 힘과 정의의 재분배 그리고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이 소설은 그래서 묘하게 이중적으로 다가온다. 경쾌하고 신명나는 이야기지만, 일본이 아닌 우리네 과거와 그 과거에 묶여 아직도 정산이 안된 삶을 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