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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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원의 '차우'영화|애니|TV 2009. 7. 22. 23:18
스테이크 먹으러 훼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빵만 잔뜩 먹고 나온 기분. 아니 피자 먹으러 갔다 샐러드만 배 터지게 먹은 기분? 뭔가 배가 부르긴 한데, 그 느낌이 다소 묘하다. 재료와 메뉴를 보고 당연히 괴수물이 나오겠거니 추측했더니, 생뚱맞게 코미디란 음식이 나왔기 때문에. 만족과 실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앞서 상상초월의 결과물에 벙 찌는 기분이다. [프릭스]나 [플래시드], [불가사리]도 이 정도로 개그를 치진 않았다. 이 영화는 종종 액션과 호러 보다 코미디에 더 집중하는 연출자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소재와 장르가 따로 노는 이 괴이한 조합을 여름 대작으로 내놓은 제작진과 마케팅의 마인드가 그저 아찔할뿐. 이런 대인배들. [시실리 2km] 때부터 알아봤지만, 신정원, 결코 종잡을 수 없다. 평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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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의 '핸드폰'영화|애니|TV 2009. 2. 23. 01:37
제목이 비슷하다고 [셀룰러]나 [커넥트]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심지어 [폰부스]나 [파이어월] 같지도 않다. 통신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날렵하고 스피디한 스릴러를 예측했다면 '핸드폰'은 그 기대를 철저히 반한다. 핸드폰은 물질 만능화 시대 기계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비참한 초상만을 상징할 뿐, 영화는 그걸 가진 현대인의 성격파탄적인 이상 심리에 더 집착하려 한다. 정형화된 한국 사회가 갖는 시스템 속에서 무너지는 두 부류 인간형에 대한 3종 접근이랄까. 따라 영화는 오락물로서 찰지지 못하고 다소 엉성한 구조와 산만함을 드러낸다.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B급 정서와 참신한 시각들을 보였던 김한민 감독은 두 번째 작품에서 욕심을 부렸다. 단촐한 장르물로만 제대로 풀었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기본 이상의 점수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