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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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드리스켈의 '그레타의 일기'책|만화|음악 2016. 5. 31. 02:57
척 드리스켈의 [그레타의 일기]는 자뭇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한다. 히틀러에게 알려지지 않은 유태인 정부가 있었고, 그녀가 히틀러의 유태인 사생아를 낳았다는 기록이 담긴 일기가 발견된다는 것.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진짜라면 그 기록에 대한 관심사와 그 핏줄에 대한 관심사가 폭발적으로 쏟아질 건 자명한 사실. 일기를 발견한 우리의 주인공 게이지 하트라인은 고민에 빠지게 되고, 때마침 그의 주변에선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유전공학을 활용해 맹글러 박사의 야욕을 다뤄 충격을 주었던 아이라 레빈의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이나 역시 나치즘의 끔찍한 미래를 세팅해 반전의 묘미를 주었던 앨런 폴섬의 [모레]처럼 이 소설 역시 충격적이고 전복적인 세팅으로 독자들의 구미를 확 끌어 당기는데 성공한다. 게이지 하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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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셀레스틴의 '액스맨의 재즈'책|만화|음악 2016. 1. 8. 21:05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 전인 1919년 미국.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선 6명의 사람들이 도끼로 살해되는 잔인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아직까지 실제 범인이 잡히지 않은 이 미제 사건을 소재로 삼은 레이 셀레스틴의 데뷔작 [액스맨의 재즈]는 허구와 실제 사건을 교묘하게 섞어낸 독특한 상상력과 정교한 구성을 뽐내는 추리소설이다.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가늠할 수 없게 사건 배경에서부터 인물들까지 탄탄하게 교차해낸 이 소설은 건조한 문체에 생생한 배경묘사를 곁들여 마치 실제 사건을 기술해낸 범죄 논픽션을 읽는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앤드류 테일러, 마이클 콕스, 스테파니 핀도프의 소설들처럼 19세기에서 20세기 초의 막 발전해가는 미국을 무대로 제임스 엘로이 스타일로 건조하며 차갑게,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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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가 엮은 '페이스 오프'책|만화|음악 2015. 6. 25. 05:07
꿈의 태그매치다. 어디 누가 해리 보슈와 패트릭 켄지가 만날 거라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잭 리처’와 ‘닉 헬러’가 한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루카스 데븐포트와 릴리 로텐부르크’와 팀을 짜 수사를 한다. 심지어 오만가지 이상한 사건들과 마주친 바 있는 ‘펜더개스트’는 무시무시한 ‘구스범스’ 세계 안으로 떨어진다. 이런 단편들이 자그마치 11편이다. 한 지면 안에서 무려 22팀(정확히는 23명)의 작가들이 만든 캐릭터들이 대결(이라 쓰고는 협력? 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다)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 요즘 트렌드대로 얘기하자면 황금가지 밀리언셀러에서 나온 단편집 [페이스 오프]는 추리/스릴러 계의 ‘어벤져스’라 할 수 있다. 쟁쟁하기 그지없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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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外의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두 번째 방문'책|만화|음악 2010. 9. 30. 23:48
내 집을 장만해 이사온 아파트에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온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캠코더로 찍히는 여인의 정체는? 길 위에서 만난 여자에게 납치되는 남자. 꿈꾸는 기계 속에 들어간 데이트 커플. 몸 전체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변해가는 남자. 크리스마스에 시작되는 산타의 피의 보복. 전신마비 환자에게 닥친 줄어드는 아파트. 불법 이민간 부부의 힘겨운 타지 투쟁기. 그리고 산장 속의 살육 돌림빵.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한국 유일의 공포 단편선 시리즈 시즌2. 명백을 이어나가는 건 좋지만 시각적이고 말초적인 공포에 편중된 들쑥날쑥한 기량이 아쉽다. 사지절단 피칠갑의 고어와 단적인 설정만이 무서움이 될 수는 없는 법, 오컬트와 이상심리, 악마주의와 고딕, 민담설화 등에 걸친 다양한 스타일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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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리 마스미의 '엑사바이트'책|만화|음악 2010. 1. 28. 17:58
블로그다 싸이다 트위터다, 인증샷을 남기고 끊임없이 적고 동영상으로 담아둔다. 바야흐로 지금은 기록의 시대다. 내가 지은이고 내가 주인공이며 내가 독자다. 내 모든 사건과 역사는 철저하게 자료화돼 발행되고 읽히고 웹상에 공유된다. 더욱 더 크게, 더욱 더 세밀하게, 더욱 더 널리 퍼지길 바라는 욕망의 끝은 킬로 메가 기가 테라를 넘어 페타 엑사 제타 요타를 향해 달려간다. 유행처럼 번지는 1인 매체의 극대화는 내 인생 전부를 방영하고 담아내는 1:1 리얼타임 기록에 맞닿아야 끝이 나지 않을까. 전국민의 트루먼 쇼처럼. [엑사바이트]는 그 극단화된 상상력을 음모론에 빗대 현실을 풍자한다. GPS에, 핸드폰, 메신저에 카드조회까지 쉽게 추적가능한 사생활뿐만 아니라 개인사에 이르는 과거나 추억의 영역까지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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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책|만화|음악 2010. 1. 21. 02:19
나날이 잔혹해지는 사회 범죄 앞에 무력한 일반 시민을 더욱 열받게 만드는 건 모순된 제도 탓이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일면만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가슴을 시퍼렇게 멍들게 만드는데,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벙어리 냉가슴이란 답답한 감성까지 잘 파고든 미스터리가 바로 [천사의 나이프]다. 점점 어려지면서 영악스럽기 짝이 없는 소년범죄를 파고든 이 소설은 사회파 계열처럼 강렬한 이슈와 화두를 던지면서도 반전이란 깜짝쇼를 통해 퍼즐 미스터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솜씨다. 죄값과 갱생이라는 상반된 입장 아래에 놓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헤아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청기 내려 백기 올려 식으로 어느 한 쪽의 손을 막연히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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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야키의 '그레이브 디거'책|만화|음악 2009. 1. 2. 22:41
데뷔작 [13 계단]보다 묵직하진 않지만, 더 빠르고 강렬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동안 도쿄를 가로질러 가는 주인공의 현실감 넘치는 고생담이 박진감있게 그려진다. 일본판 도망자를 보듯. 마치 처음부터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쓰여졌다는 듯 생생하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사건의 핵심으로 돌진하는 정공법적인 구조가 페이지터너로서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시각적이고 체험적인 그의 장면 전환과 깔끔한 엔딩은 2시간짜리 초특급 할리우드 스릴러를 본 듯 신명나는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회적인 이슈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선사했던 전작의 욕심에 비한다면 단순히 오락적인 측면에만 기댄 이번 작품의 날라갈 듯한 가벼움은 재능 낭비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주인공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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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카 슈케이 外의 '적색의 수수께끼'책|만화|음악 2008. 11. 20. 23:13
어떤 의도로 색깔별로 나눴는진 모르겠지만, 에도가와 란포상 5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단편집 4권 중 하나. 모두 5개의 (중편에 가까운) 단편이 실려있다. 작가들 면면 또한 화려한데, 신포 유이치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경우 그 기대치에 걸맞게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엮는 산악 (미스테리라고 보긴 좀 그렇고) 심리드라마 '구로베의 큰 곰'과 짧지만 공포 스릴러 영화 만큼이나 강렬한 뒷맛을 선사하는 '두 개의 총구'는 이 단편집의 백미. 정통 밀실을 다룬 '밀실을 만들어 드립니다'와 딸의 찾는 이야기인 '라이프 서포트', 흥미를 자아내는 시작이 정말 좋았던 '가로'는 다소 2% 아쉬운 듯. 남은 청색과 백색, 흑색의 수수께끼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격하게 땡긴다.